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로 19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해당 숙박시설엔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 진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꼽힌다.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선 이 건물처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빠져있는 '노후 건축물'을 파악해 화재 안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천 화재' 사상자 19명…스프링클러 없어 인명피해 컸다
이번 화재는 지난 22일 오후 7시 34분쯤 경기 부천시 중동의 9층짜리 호텔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7명이 숨졌고 12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 관계 기관은 이튿날 현장 감식을 진행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810호 객실에서 타는 냄새를 맡았다는 투숙객의 진술 등 다양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물 8층에서 시작된 불길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진 않았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 유독 가스가 빠르게 퍼졌고, 건물 지상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다.
이 호텔엔 지하 1‧2층을 제외한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1~8층엔 주로 객실이, 9층엔 직원들의 휴게공간이 있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없는 노후 시설물…"지원 사업 확대해야"
이 건물의 화재 대비가 부실했던 이유는 모든 건축물에 대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두지 않는 법적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2003년 건축허가를 받고 2004년에 사용 승인을 받아, 스프링클러 설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은 숙박시설을 비롯한 6층 이상 건축물은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2017년 이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지상 11층 이상 건축물에만 스프링클러가 의무적으로 설치됐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사용 승인된 건축물 중 11층 미만의 시설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다. 소방시설법 개정 당시에 이런 건물들에 대해선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조항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즉, 6층 이상 11층 미만 건축물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사실상 신축 건물에만 적용된 셈이다.
이처럼 소방시설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이는 노후 시설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용 승인 이후 30년 이상 경과한 건축물은 42.6%로, 전년 대비 1.6%p 증가했다. 이런 건축물은 이번 화재가 발생한 시설과 마찬가지로 스프링클러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숙박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도 매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이 제공한 전국 숙박시설 화재 발생 건수를 보면 2019년 365건, 2020년 344건, 2021년 375건이다. 2022년엔 382건, 2023년 377건, 올해 7월까지는 199건으로 집계됐다.
이렇다 보니 노후 건축물에 대한 화재 안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사업을 늘리고, 노후 건축물 특성상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려운 경우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CBS노컷뉴스에 "화재 골든타임은 5분이다. 이후엔 폭발하듯이 불이 커지는 '플래시오버' 현상이 발생해 진압이 어려워진다"며 "따라서 스프링클러 설비가 중요하지만, 이번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건물 소유주 등이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다중이용업소에 대해 설치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일부 건물에선 천장고가 낮아 스프링클러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화재경보기 성능을 높이고 피난 장비를 강화하는 등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