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정책 대신 정쟁 도구로…'오락가락 행정' 상징될라

민주 '도입' vs 국힘 '삭제'…정권 따라 뒤집히는 정책에 혼란↑신뢰↓
대전 중구 지역화폐 부활에 '지역경제 도움 vs 포퓰리즘' 논쟁도 부활

연합뉴스

지역화폐 사업이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정권따라 뒤집히는 지역화폐 정책

민주당→국민의힘→민주당 단체장에 따라 지역화폐 정책도 역점시책→외면·삭제→역점시책 등 '숨바꼭질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민주당 정권에서 각광받았던 정책이었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정권 들어 사실상 '삭제'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1호 민생정책으로 '지역화폐'를 꼽았고, 박정현 국회의원(대전 대덕)은 '지역화폐 국비 지원'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는 등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정권 따라 우선 사업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만 지역화폐처럼 갈지자(之) 행보를 거듭하는 정책은 드물다. 서민경제와 밀접한데도 정권에 따라 뒤집히고 있어 장기적으로 혼란과 불만, 행정 신뢰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부활한 '지역화폐' 부활한 '여야논쟁'

대전 중구청사 전경. 중구 제공

대전 중구(구청장 김제선)의 모습이 지역화폐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민주당→국민의힘→민주당 등 구청장 소속 정당이 바뀔 때마다 도입과 삭제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김제선 중구청장(민주당)은 지역화폐 재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100억 원 규모로 캐시백은 10%, 예산은 15억 원으로 추산된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감당할 수 없는 예산 △대전시의 대전사랑카드와 중복 △청장에 따라 달라지는 정책 등의 우려를 내놨다.
 
반면 민주당 대전시당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선순환 △지역 소상공인들의 환영 △민주 및 국힘 의원들의 만장일치 등을 내세워 옹호했다.
 
중구의 지역화폐 부활 움직임에 지역경제 활성화·지역자금 선순환의 옹호론과 예산 낭비·포퓰리즘 비판론 등 '오래된 논쟁' 역시 부활한 셈이다.
 

지역화폐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

 사실, 이 같은 논쟁은 초기부터 제기돼왔다.
 
캐시백(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소비를 유도·촉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거나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내에서 순환하도록 묶어둠으로써 재투자와 고용 창출 등 지역민 소득 증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지역화폐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인센티브의 쏠림 부작용과 인플레이션 유발, 소비 왜곡과 행정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선거와 맞물린 '포퓰리즘'이란 주장도 있다.
 

어려워진 경기침체…그리워진 지역화폐

대전시 지역화폐 온통대전. 대전시 제공

엇갈린 시각 탓에 지역화폐 도입 여부는 자치단체별로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부분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도입했고, 실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인구 145만의 대전시 지역화폐 '온통대전'는 2020년 5월 출시 후 120만 장의 카드가 발급됐고 이용자만 100만 명에 육박했다. 대전시민 10명 중 7명이 사용했고, 연간 발행액 규모는 인구 대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부작용 등을 이유로 국비 지원을 대폭 축소했고,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지역화폐 정책을 대폭 축소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들어 지역화폐 혜택을 다시 확대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 침체의 압박 때문인데, 세종을 비롯해 충남 일부 시군 등이 구매 한도와 할인율 등을 다시 높이면서 소비 촉진을 유도하고 있다.
 

경제 정책 대신 정쟁 도구로 소비되는 지역화폐

행정·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재 국내 '지역화폐' 정책은 낙제점이다. 경제 정책 대신 정쟁 도구로 소비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 유성구 한 모(51)씨는 "지역 경제를 위한다는 지역화폐 사업이 당초 취지 대신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코로나 당시 서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만큼, 서민들을 위한 경제 정책으로 다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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