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검찰청 자체 서버인 '디넷(D-NET)'에 보관하던 전자정보를 영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별건 수사에 이용한 사건이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고 판단해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사건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위법 수집 증거의 배제 법칙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공소 사실은 인정되지만 위법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춘천지검 원주지청 검찰 수사관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별건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고인의 통화 녹음이 발견됐고 검찰이 즉시 탐색을 중단하고 별건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이어갔어야 하나 1개월 이상 위법한 수사로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소사실 중 A씨가 부정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한 사실과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되지만 위법한 증거의 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죄를 묻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검찰은 위법 수집 증거 배제 법칙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1차 첫 번째 수집 절차의 위법이 2차적으로 이뤄진 증거 수집과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요청에 따라 무죄 판결을 공시하기로 했다.
A씨는 2018년 5월 원주시청 국장 B씨로부터 검찰이 수사 중인 수사가 시장 선거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수사를 지연시켜달라는 내용의 부정 청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에게 수사개시 및 구속영장 청구 계획 등 수사기관 내부 비밀을 누설하고 B씨의 친형 공소 사건 진행 경과를 확인해 준 사실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위법한 증거수집 정황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2019년 B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관련 전자정보를 대검찰청 내부 서버인 '디넷'에 저장했다.
수사팀이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던 중 A씨와 B씨의 통화 녹음파일을 발견한 뒤 두 사람 간 '수사 정보 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발견했다.
별건 수사의 경우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해야 하지만 검찰은 영장 없이 A씨의 범죄사실 혐의 증거를 수집했고, 약 한 달이 지나서야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검찰이 본 사건과 별개로 수집한 사건 증거들의 효력이 인정되면서 A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취지로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지난 4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춘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판결을 두고 검찰은 "선별 절차 완료 후 디넷에 저장된 '전부 이미지'를 재탐색해 제2의 범죄 혐의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며 "사건 수사 당시 전부 이미지, 선별 이미지에 대한 등록 및 폐기 절차가 구체적, 개별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22년 이후 확립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디넷에 보관된 전부 이미지는 '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전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한 경우 외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조만간 A씨에 대한 대법원 재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