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21일(현지시간) 주인공은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이다.
그는 이날 밤 마지막 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민주당 부통령 후보직을 공식 수락하면서 전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시간을 갖게 된다.
월즈는 중앙 정치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중서부주의 주지사였지만, 보름만에 '깜짝' 스타로 발돋움해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복장의 소탈한 이미지와 핵심을 찌르는 연설 솜씨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예상을 깨고 그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당시 일각에서는 월즈가 낮은 인지도를 빠른 시간내에 극복해야하는 숙제가 남아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 6일 민주당 해리스캠프측은 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를 지명하면서 그의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인지도가 거의 없는 주지사에 대한 정보를 하루라도 빨리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해당 영상에서 월즈 주지사는 검정 티셔츠와 사냥할 때 쓰는 위장 모자, 면직물을 황갈색으로 염색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소 정장을 입다가 선거철에만 청바지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서민 흉내'를 내는 기성 정치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월즈가 쓰고 있던 사냥용 위장 모자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고, 해리스캠프는 곧바로 해리스와 월즈의 이름을 새긴 위장 모자를 4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징처럼 된 빨간색 'MAGA 모자'(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셈이 됐다.
전날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 연설을 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도 팀 월즈 주지사에 대한 극찬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그는 "나는 월즈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며 "시골에서 태어나 아이들을 가르치고 풋볼 코치까지 하며 현장에서 부대낀 이런 사람들이 우리 정치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월즈 주지사는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주 밸런타인 출신으로 25년간 주 방위군으로 복무했고, 고교 교사와 풋볼팀 코치를 역임했다.
중서부 시골 출신 백인 남성인 월즈 주지사가 흑인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의 이미지를 뒤에서 든든히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군 최종 3인중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월즈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과의 최종 면접에서 "내가 대선 승리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나를 뽑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탈한 이미지에 남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됐다는 진정성까지 덧입혀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해리스 부통령은 사석에서 "월즈는 팀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활기찬 사람"이라며 "개방적인 그를 정말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즈 주지사는 이날 연설에서도 네브래스카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의 경험과 군복무, 교사, 풋볼팀 코치 일화를 상세히 전하며 서민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이날 AP통신이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8월 8일~12일 조사·유권자 1164명 대상)에 따르면 월즈의 호감도는 36%로, 27%에 그친 공화당 부통령후보 밴스보다 높았다. 비호감도에서도 월즈는 25%를 기록해 44%인 밴스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