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모집 연장에도 '지원율 저조'…"상황 보고 대책 검토"

"수련 복귀 기회 최대한 부여" 전공의 모집 연장했지만
빅5 병원 "지원율 높지 않아…추가 모집한다고 지원할까"
'저조한 지원율' 받아 든 정부…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집중

박종민 기자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이 마감됐지만 지원율은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까지 진행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1%대에 그치자 정부가 말을 바꿔가며 낸 '추가 모집'마저도 전공의들은 응답하지 않은 것이다.

1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은 오는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2~4년 차 레지던트와 인턴 지원서 접수를 전날(16일) 마쳤다. 1년 차 레지던트 접수는 지난 14일 마감됐다.

앞서 지난달 31일 마감된 전공의 모집에는 총모집인원 7645명 중 104명(1.36%)만 지원했다. 이에 마감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까지도 추가 모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던 정부는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가 모집' 조치에도 서울의 '빅5' 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은 전공의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극히 적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추가 모집한 하반기 수련 전공의는 인턴 2435명, 레지던트 1년차 1364명, 레지던트 2~4년차 3483명 등 총 7282명이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도) 앞선 모집과 마찬가지로 지원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무래도 지난번 모집에 지원하지 않다가 추가 모집한다고 지원할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사직 전공의들이 당분간 복귀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고, '일반의 촉탁의'로 모집하는 등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2일부터 당직 전담의를 모집하고, 서울아산병원은 9일부터 내과계열 당직 전담의 계약 의사를 채용 중이다.

병원에서 근무하거나 하반기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들에 대한 '신상 털기'가 전공의들의 지원을 위축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금까지 명단 유포 및 비방과 관련해 총 21건의 수사 의뢰를 했다.

정부가 지역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던 전공의가 현장에 복귀할 경우 '빅5' 병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 임용에도 응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역에서 수련을 하다가 기회가 생겼다고 다른 병원으로 지원해 몇 년 동안 수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 지원율이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권병기 필수의료지원관은 지난 14일 "사직 전공의의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기 위해 모집 기간을 연장했지만 현재까지 지원자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 대책에 대해서는 "일단 모집 상황을 지켜본 후에 대책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조한 전공의 지원율을 받아 든 정부는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병원을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9월에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도 진료지원(PA) 간호사와 같은 인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법 제정 등 제도화를 통해 상급 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구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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