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이연금, 얼굴 흉터 '일정 크기' 이상이면 개수 상관없이 지급"

공무 수행 중 사고로 얼굴에 'Y자' 상처 입은 특수요원 A씨
국방부 "2개 흉터 합쳐 길이 5㎝ 미만" 상이연금 비해당 결정
이후 "그 자체로 1개 흉터…가장 긴 부분 4㎝" 입장 바꾸기도
A씨 "Y자 흉터, 합해서 5㎝ 넘어" 행정소송 제기
法 "상이등급, 흉터 인한 심리적 위축을 장애로 인정하는 취지"
"길이 산정방식 따라 상이등급 달리 판정…입법 취지에 어긋나"

연합뉴스

군인이 공무 수행 중 얻은 얼굴 흉터가 일정 크기를 넘으면, 흉터의 개수와 상관없이 상이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이 흉터로 인해 겪게 되는 심리적 위축을 장애로 인정하는 것이 관련 법령의 입법 취지라는 이유에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최근 전직 특수요원 A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상이등급 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99년 8월 21일 임관해 한 부대에서 특수요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2001년 10월쯤 주둔지 훈련장에서 특수무술 훈련 중 공중회전을 하다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정강이뼈와 이마가 부딪혀 이마 중앙이 찢어졌고, 미간에 Y자 형태의 흉터가 생겼다.

이에 A씨는 국방부에 상이연금을 청구했다. 상이연금은 군인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장애 상태가 돼 퇴직한 경우 또는 퇴직 후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장애 상태가 된 경우에 지급되는 연금이다.

구(舊) 군인 재해보상법 등에 따르면, 공무수행 중 사고를 당한 군인이 '안면부에 길이 5㎝ 이상의 선모양 흉터'가 있는 경우, 상이등급 제7급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에 해당해 상이연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2개 이상의 선상흔(선으로 된 흉터)이 서로 인접해 있거나 모여 있어서 1개의 선상흔으로 보일 때는 합산해 평가한다"며 "두 흉터를 합산해 평가가 가능한데, 측정 길이가 5㎝ 미만으로 확인돼 흉터 장해에서 인정하는 상이등급 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2023년 4월 상이연금지급 비해당 결정을 했다.

해당 처분에 불복한 A씨가 군인재해보상연금재심의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자, 국방부는 입장을 바꿔 "'Y자 형태의 흉터는 2개 이상의 선모양의 흉터가 인접해 1개의 상처로 보이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흉터"라며 "Y자 형태의 흉터 중 길이가 긴 흉터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길이가 긴 부분은 4㎝이므로 A씨가 상이등급 7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Y자 형태의 흉터는 총길이가 6㎝이므로, 상이등급 7급에 규정된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에 해당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Y자 형태의 흉터는 길이 5㎝ 이상의 선모양의 흉터에 해당해, A씨는 상이등급 제7급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앞서 국군수도병원이 2022년 12월 A씨에 대해 "이마 부위 선모양의 흉터(4㎝)과 눈 주변 미간 흉터(1㎝) 남은 상태"라며 "인접한 2개의 선모양의 흉터를 합쳐 5㎝ 선모양의 흉터로 간주 가능"하다는 내용의 장해진단서를 작성한 것 또한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 "안면부에 일정한 크기 이상의 흉터가 생긴 경우를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이라고 봐 상이등급을 인정하는 취지는 흉터로 인해 겪게 되는 개인의 심리적 위축 등을 장애로 인정하는 취지"라며 "'1개의 흉터인 경우'에는 길이가 긴 흉터를 기준으로 상이등급을 판정하고, '1개의 흉터로 보이는 경우'에는 각 흉터의 길이를 합산해 상이등급을 판정하는 경우는 위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오히려 1개의 흉터인 경우를 별다른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하게 취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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