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전반적 물가 안정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으로 완만한 내수 회복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기재부는 16일 발표한 '8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내수 회복조짐'을 거듭 강조했다. 기재부는 앞서 그린북 5월호부터 줄곧 "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조짐이 가세한다"고 평가해온 바 있다.
이러한 인식은 지난 7일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이 'KDI 경제동향 8월호'에서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우려하고, 다음날 '경제전망 수정'에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회복은 지연"이라고 내다본 것과는 상반된 평가다.
이에 대해 기재부 김귀범 경제분석과장은 "전반적으로 경기 판단의 큰 흐름은 동일한데, 2/4분기 GDP와 6월 산업활동을 반영해서 내수 회복조짐 앞에 '원만한'이란 수식어를 넣었다"며 "민간소비도 1/4분기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기저가 작용을 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심리지수가 103.6을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2020년 4월 이후에 굉장히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KDI와의 차이에 대해서는 "(KDI도) 하반기에 내수 회복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다만 "'내수 회복이냐?'고 하면 저희도 자신이 없다. 조금 더 지켜봐야 될 일이고, 하반기 상황도 조금 더 봐야 되는 일"이라며 "하반기에는 좀 더 제약 요인들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니까 그것이 데이터로 나타나면 저희가 최대한 과감하게 객관적인 스탠스를 가지고 '조짐'이란 단어를 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우선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집중호우, 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농산물·석유류 물가가 상승하면서 2.6% 올라 전년동월(2.4%)보다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과일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년동월대비 상승폭은 전월(6.5%)보다 줄었지만, 기상악화로 채소류 가격이 상승하면서 5.5%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석유류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세에 지난해 크게 감소했던 기저효과까지 겹친 영향으로 8.4%나 올랐다.
또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3.0% 올라 비교적 높았다.
다만 어류, 조개, 채소, 과실 등 '신선식품지수'는 신선과실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7.7% 올라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폭이 10%대 아래로 떨어졌다.
공급측 변동요인을 제거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2.2%, 또 다른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2.1%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2/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0.2% 감소했다. 반면 지난 6월 기준 소매판매는 비내구재(△0.9%)가 감소했지만, 내구재(5.2%), 준내구재(0.8%)가 증가하며 전월보다 1.0% 증가에 성공했다.
또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 수출 호조세로 전년동월대비 13.9% 증가한 574억 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3억 달러로 7.1% 증가해 한국 경제의 동아줄이 됐다.
다만 생산 부문에서는 지난 6월 기준 광공업(0.5%)과 서비스업(0.2%) 모두 전월보다 소폭 오른 반면, 건설업은 0.3% 떨어지면서 전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0.1% 하락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9%로 전월대비 0.9%p 올랐지만, 제조업 재고/출하비율(재고율)은 5.8%p나 떨어졌다.
2/4분기 설비투자는 전기보다 2.1% 떨어졌으나, 지난 6월 설비투자지수는 운송장비(△2.8%)가 감소했지만 기계류(6.5%)가 증가하면서 전월대비 4.3% 증가했다.
2/4분기 건설투자 역시 1.1% 감소했다. 지난 6월 이미 지은 건설기성(불변)도 건축공사 실적이 2.3% 감소해 전월보다 0.3% 떨어졌다.
현재 경기를 알려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p 떨어져 4개월 연속 하락한 반면, 앞으로의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2p 올라 한 달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한편 기재부는 해외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제조업 경기 및 교역 개선 등으로 전반적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지역별로 회복속도에 차이가 있다"며 "러-우크라 전쟁·중동 지역 분쟁 확산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