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고 계실 홍범도 장군님께 사실 저희들이 얼굴을 들 면목이 없습니다. 작년에도 흉상 이전 때문에 정말 고개를 숙였는데 올해도 역시 그런 일이 계속되고 있어서 면목이 없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14일 홍범도 장군이 잠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귀환 3주년 기념식은 '기쁘고 반가운 날이지만 참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 등을 이끈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은 3년 전 서거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지난해는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속, 올해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반발 속에 기념식이 열렸다.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옮겨야 한다는 데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홍범도 장군이 계실 곳은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독립기념관이 육사 학생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좋지 않겠나 그런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준비한 기념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박홍근 의원, 대전의 더불어민주당 박정현·박범계·조승래·장철민·박용갑·장종태 의원, 정용래 유성구청장, 김제선 중구청장 등이 참석해 장군의 공적을 기리는 한편 현 정부의 역사의식을 거세게 비판했다. 광복회와 대한고려인협회에서도 함께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과 함께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도 정부 주최 경축식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사상 초유의 '쪼개진 광복절'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빼앗긴 나라를 우리 힘으로 되찾은 날, 가장 기쁘게 맞이해야 할 날을 빼앗긴 것만 같다"며 "아주 한참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작금의 상황에 홍범도 장군께서 고개를 돌리고 피눈물을 흘리고 계실 것"이라며 "'홍범도 장군님 잘 돌아오셨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는 이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항일 독립의 역사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은 "홍범도 장군 귀환 3년, 그리고 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우리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홍범도 장군께서 현충원에서 내가 이 꼴 보려고 여기 왔나라고 생각하실 것 같다"며 "그분의 결기를 받아 대한민국에 아직도 남아있는 밀정들을 이번에 소탕하자"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봉오동 전투 당시 사용된 태극기가 준비됐다. 봉오동 전투 당시 사용된 태극기의 원형은 독립기념관에 전시돼있다. 참석자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날으는 홍범도 장군가'를 제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