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가 올해 상반기를 마감한 6월 말 기준 103조 4천억 원 적자를 보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반기 재정적자가 100조 원을 넘긴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과 2022년 뿐이다.
올해 적자 규모는 특히 팬데믹이 시작돼 전 세계가 긴장했던 2020년 110조 5천억 원 적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2022년 상반기 적자는 101조 9천억 원이었다.
코로나급 적자…결손 컸던 전년보다도 10조 덜 걷고 20조 더 썼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누계 국세수입(잠정)은 168조 6천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0조 원 덜 걷혔다. 1년의 절반이 지났지만 세수 진도율은 45.9%에 그친다.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 원인이 됐던 법인세 감소가 주효했다. 그나마도 법인세가 16조 1천억 원 덜 걷힌 공백을 부가가치세와 소득세가 메꿨다. 1~6월 부가세는 전년동기대비 5조 6천억 원, 소득세는 2천억 원 더 걷혔다.
반면 국가 총지출은 지난해보다 20조 3천억 원 증가한 371조 9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진도율은 56.6%로, 1년의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당초 계획의 절반 넘게 쓴 셈이다. 기금 지출 등을 제외한 예산 지출로만 보면 진도율은 59.8%에 달한다.
연간 계획한 신속집행 예산 252조 9천억 원 중 66.2%인 167조 5천억 원을 집행한 영향이 컸다. 기금지출 등 총지출에서도 건강보험가입자지원 3조 2천억 원, 기초연금지급 1조 3천억 원, 부모급여지급 1조 원 등 지출 증가가 눈에 띈다. 고령화에 따라 향후 더욱 증가할 지출 항목이다.
국세수입 외에 기금수입과 사회보장성기금 및 세외수입 등을 종합한 국가 총수입은 296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3천억 원 감소한 데 그쳤다. 그 결과 6월 누계 통합재정수지(국가 총수입-총지출)는 76조 원 적자를 보였다.
다만 사회보장성기금 수지 27조 4천억 원 흑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03조 4천억 원이다. 사회보장성기금은 장기적인 미래에 사용하기 위해 거둬들인 것으로 통상 당해연도 재정활동 결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관리재정수지가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높은 가계부채, 기업부채와 함께 우려되는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보다 9천억 원 줄었지만 여전히 1145조 9천억 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편 7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15조 8천억 원, 1~7월 발행량은 115조 9천억 원이라고 기재부는 전했다. 연간 총 한도의 73.2%를 소진한 셈이다. 7월 조달금리는 3.15%로 전월 3.30%보다 하락했고, 응찰률도 300%로 전월 310%보다는 떨어졌다. 7월 외국인 국고채 순투자는 4조 7천억 원으로 넉 달 연속 순유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