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보다 기부 수준 낮다"…상속·증여세가 발목?

53%가 "기여도 선진국보다 낮다" 응답
기여도 낮은 이유…규제 때문?
1위 면세한도 낮아서, 2위 성숙하지 못한 기부문화

대한상공회의소. 연합뉴스

기업 재단의 절반 이상은 우리나라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도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기업 공익재단을 통한 민간 기부에 적용되는 과도한 규제가 꼽혔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공개한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88개 그룹 소속 219개 공익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공익법인 제도개선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도가 선진국보다 낮다(다소 낮음 48.7%,매우낮음 3.8%)고 한 응답이 52.5%로 나타났다.
 
실제로 영국 자선지원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WGI)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지수 순위는 2013년 45위를 기록한 이래 2023년 79위로 지난 10년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로는 53.7%가 '상속·증여세법 면세한도가 낮고 의결권 제한 등 규제가 엄격하고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기부 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9%로 뒤를 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현재 상속증여세법상 주식 면세한도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업재단에 기부할 경우 재단은 발행주식총수의 5%까지만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면제 받고 5%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최대 60%의 상속세·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이와 관련 "기부 선진국의 입법례를 보면 독일 등 EU 국가들은 기업재단 출연주식에 면세한도 없이 100% 면제하고 미국은 면세한도가 있지만 20%로 높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재단 출연주식 면세한도를 5%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기업재단의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도 원칙적 금지(예외적 15%까지 허용)하는 `갈라파고스식' 공정거래법 규제까지 더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재단들은 민간기부를 활성화 하기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현행 상증세법상 5%인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83%에 달한 반면, 현행 5% 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17%에 그쳤다.
 
구체적인 완화 수준에 대해서는 면세 한도 15% 상향(28.2%) 의견이 가장 많았고, 면세한도 폐지(20.5%), 일반공익법인과 같이 10%로 상향(19.2%), 미국처럼 20%로 상향(15.4%)하자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30여년 전 주식 면세혜택을 줄인데 이어 최근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행사도 금지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선진국에 비해 공익재단 주식출연에 소극적이고 사회공헌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증세법과 공정거래법을 함께 개선하기 어렵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을 통해 기업재단이 우회적 지배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만큼 상증세법상 면세한도를 완화해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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