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與 분열…한동훈 '김경수 복권 반대' 명분 있나

한동훈 '김경수 복권 반대' 내심은?
친한 "원칙 고수하는 것" vs 친윤 "의도적 대권 노림수"
강성 우파 의식, 우클릭? "야권 분열 이슈로 여권 집안 싸움 일으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8·15 광복절 복권(復權)에 반대하는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단지 원론적인 반대가 아니라, 복권 방침이 정해진 뒤 작심하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한 대표 측에선 "원칙을 지키는 소신 행보"라고 주장한다. 반면 당 안팎에선 한 대표의 정치적 일관성을 문제 삼는 기류가 흐른다. 정치권 입문 이후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명확한 단죄가 내려진 경우에도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했던 것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결국 '복권 반대'의 명분보다 정치적 의도가 강조되는 방향으로 귀결되면서 친윤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기 위상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과 함께 또 다시 당정 충돌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다른 한쪽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먼저 요청했다고 밝힌 데 대해 대통령실이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며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韓 '김경수 복권' 왜 반대하나…"尹과 '차별화' 노린 대권 행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대표는 최근 김 전 지사의 복권 여부를 두고 "정치인에 대한 사면이 함부로 이뤄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를 여러 차례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국민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사면복권위원회 논의 전, 김 전 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온 시점 이후 등 여러 차례 전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민주주의를 훼손한 정치인을 사면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한 대표의 주장은 그가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부터 최근 총선을 거쳐오면서까지 남겨온 행보와는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2년, 윤 대통령의 첫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김 전 지사가 거론되자 "현 시점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사면복권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결국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같은 해 말, 당시 한 장관은 김 전 지사와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해 1373명에 대한 신년 특별사면을 주도했으며, 이 중 90%가 정치·선거 사범이었다. 당시 그는 직접 사면을 발표하면서 "이번 사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과거를 청산해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모두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그가 검사 재직 시절 징역 30년을 구형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박 대통령께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굉장히 고초를 겪었고,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제가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엔 보수 통합을 호소한 행보로 해석됐다.

그러나 유독 김 전 지사에 대해선 강한 반대 의사를 공론화하면서 일관성의 문제가 지적됐다. 민주당 중진 박지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을 구속·사면,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리신 분이 무슨 염치로 반대하는지 참 가소롭기만 하다"며 "5천만 국민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한 대표는 반대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의 반대 의견을 두고 당내에서도 발언 의도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보진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각을 세우기 위해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카드를 꺼내 든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당 실무급 관계자는 통화에서 "광복절 사면·복권의 경우 사전에 당대표가 원하는 대상자들에 대한 신청도 받고 이를 가지고 직접 협상을 하기 때문에 한 대표의 경우 법무부 장관 때 보다 권한이 막강하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면서도 의도적으로 반대 사실을 흘리는 것은 야당이 하는 짓이지 여당은 이러면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권 대상자에 대한 물밑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 조율이 이뤄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윤 대통령과의 이견을 외부에 노출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한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 자신은 윤 대통령과는 다르게 원칙을 지키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동기가 클 것"이라면서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소 취소'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법과 원칙대로 하는 정치인 이미지를 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韓 강성 우파 의식했나?…野 분열 이슈를 與 '집안 싸움'으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또 한 대표가 반대 의사를 피력하는 데엔, 전당대회 압승을 가져다준 자신의 팬덤 내에서도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는 여론이 크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보수 내 강성 지지층은 여전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중대범죄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를 겨냥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고, 2022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복권은 되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였지만, 이번 8·15 광복절 특별사면 때 복권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의 반대 의사로 당정 갈등이 다시 점화하는 양상이 되자 여권 내에선 야권 분열 이슈가 결국 여권 분열로 귀결되는 상황이 됐다는 자조섞인 비판도 제기된다. 김 전 지사는 향후 야권의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만큼 그의 복권 여부는 '이재명 독주 체제'를 흔드는, 야권 분열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김경수 전 지사의 사면 복권 문제는 한참 전부터 야권이 분열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였는데, 한 대표가 반기를 들고 나오면서 관심은 또 다시 당 대표와 대통령실 간 갈등으로 쏠리게 됐다"는 성토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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