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실존 인물 박흥주는 최후 진술에서 무엇을 말했나

영화 '행복의 나라' 포스터 NEW 제공
그동안 10·26 사건을 다룬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였다. 그러나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는 김재규가 아닌 박흥주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을 모티프로 한 박태주(이선균)와 그를 변호한 정인후(조정석)를 중심으로 10·26 사건을 그려낸다.
 
영화 속 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에 관해 추창민 감독은 "나조차도 잘 몰랐던 인물인 박흥주 대령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면서 이 사람을 한 번쯤은 세상 밖으로 끌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박태주는 최후 진술을 한다. 영화와 실제는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를까. 실제로 1979년 12월 18일 오전 10시, 마지막 공판인 제9차 공판에서 박흥주 대령의 최후 진술이 이뤄졌다. 현역 대령인 박흥주 대령에게는 단심이 적용되어 이날이 마지막 진술이 됐다. 다음은 책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안동일 지음)에서 발췌한 박 대령의 최후 진술 내용이다.
 
영화 '행복의 나라' 스틸컷. NEW 제공

현역 군인으로서 대통령을 시해한 데는 잘못을 느낍니다.
 
저는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한 이후, 전후방 각 부대에서 군인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근무했으며, 1978년 4월 1일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으로 임명받은 후에도 최선을 다해왔고, 국가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정부장을 조금이라도 돕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근무해 왔습니다. 저는 평생을 군에서 보내고, 국군묘지에 묻히기를 원했던 사람입니다.
 
실로 이번 일은 국민과 국가와 전 세계에 영향을 크게 미친 충격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본인으로서는 예기치 않았던 일이고, 행동에 참여는 했지만, 큰 계획도 모르고 실시했던, 생각해 보면 복잡한 생각을 가져오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단지 본인은 부장이 일국의 정보 책임자로 중요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남들이 취급하지 못하는 각종 정보와 국내의 움직임을 누구보다도 더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심지어 부산·마산 사태에 부장을 수행해서 밤 1시에 현장에 내려가 그 심각성도 보고 돌아온 사람입니다. 평소에 국제 정세, 특히 이란 정세를 비롯한 각종 소요로 인한 국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본인이 잘 알고 있었고, 항상 뇌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사건 이틀 전에도 국내의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부장이 애쓰는 것을 봤고, 전반적 상황으로 보아 상당히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시기로 본인은 생각했습니다. 당일 갑자기 부장께서 '나라가 잘못되면 자네나 나나 다 죽는 거야'라고 말씀하시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들어가실 때, 본인은 부장의 평소 인격과 판단력과 본인 스스로 갖고 있던 소요 사태에 대한 핵심 문제, 이런 것들만 생각하고 실제 행동에 옮겼던 것입니다.
 
물론 사건이 다 끝난 오늘에 와서는 생각되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가장 적절하고 가장 정확한 판단에 의해서 행동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본인은 궁정동의 비극이 발전하는 민주대한의 활력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유족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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