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은평구에서 발생한 '장검 살인 사건'과 맞물려 도검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5년 간 소지 허가를 받은 도검을 이용해 벌어진 형사 사건은 8건으로 파악됐으며, 이 가운데 살인 사건은 3건에 달해 관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10일 CBS노컷뉴스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확보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소지 허가를 받은 도검으로 벌어진 살인과 협박 등 형사 사건은 7건으로 집계됐으며, 2주 전 벌어진 은평구 살인 사건까지 더하면 총 8건으로 파악됐다.
해당 살인 사건은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아파트 정문에서 30대 남성 백모씨가 장검으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사건이다. 백씨가 사용한 도검은 길이 1m에 이르는 장식용 일본도였다. 백씨는 올해 1월 경찰로부터 도검 소지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지난해 경기 광주에서는 70대 남성이 주차 문제로 이웃 주민과 다투던 중 도검을 휘둘러 숨지게 했다. 2021년에는 서울 강서구에서 이혼 소송 문제로 부인과 다투던 남성이 부인을 도검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8건의 허가 도검 사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건이 살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협박 사건은 총 4건이었다. 이외 1건은 검찰 수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도검으로 수사관을 찔러 중상을 입힌 사건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번 은평구 장검 살인 사건을 계기로 도검 관리 강화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피의자인 백씨가 평소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아파트 주민의 증언과 백씨 관련 경찰 신고 이력 등이 알려지면서 그에게 도검 소지 허가가 이뤄진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백씨는 이번 범행 전에도 다른 사람들과 시비가 붙거나 이상 행동을 보여 112신고가 수차례 접수됐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에 따라 길이가 15cm 이상인 칼과 검은 경찰의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처음 허가를 받을 때 운전면허가 있으면 신체검사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별도의 갱신 규정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처음 소지 허가를 받고 나면 나중에 소지자에게 이상 증세가 생겨도 관리할 수 없는 셈이다.
지적이 이어지자 경찰은 소지 허가가 이뤄진 도검 8만 2641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총포화약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 개정으로 도검 소지 허가·관리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도검 소지 허가자는 2021년 2천명대를 돌파한 뒤 3년 간 2천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1854명 △2021년 2609명 △2022년 2149명 △2023년 2118명이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총 1226명이 소지 허가를 받았다.
국회에도 총포화약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지난 8일 대표발의한 총포화약법 개정안은 도검, 화약류, 전자충격기 소지 허가를 내줄 때 정신질환과 성격장애 확인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도 도검과 석궁 소유자에 대해 3년마다 정신질환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갱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처음 도검을 소지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줄 때 정신질환 여부와 이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총포처럼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영치하도록 하기에는 행정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지 허가·갱신 규정을 강화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도검을 이용한 살인 사건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가 잘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