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무더위 피해가 잇따르자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경로당(무더위쉼터) 운영 연장 등 폭염 대비에 나섰다.
5일 오전 11시 광주 동구 용산동의 한 경로당. 여름철 불볕더위에 대비해 이곳에서는 하루 두 번 밥을 짓는 냄새가 나고 있다. 기존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던 경로당이 평일·주말·공휴일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로 연장되자 어르신들의 저녁 식사도 이곳에서 준비하기 때문이다.
광주 동구 용산경로당 정봉애(67) 부회장은 어르신 20~30명의 식사 준비를 담당한다. 정 부회장은 "무더위에 어르신들이 시원한 곳에서 든든한 한 끼를 드실 수 있도록 매일 새로운 반찬을 준비하려 노력한다"며 "오리탕이나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나눠 먹자고 재료를 가져오시거나 지원해 주시는 어르신의 나눔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6시에도 날이 너무 더워 먼 곳에 사는 어르신은 오후 7시에서 8시까지도 계시기도 한다"며 "시원한 경로당 내부에서 마사지 봉사와 요가 교실, 노래 교실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10년 넘게 다니고 있는 86세 김모 할머니는 "주택 단지가 많아서 무더위에 이곳으로 들어오면 천국 같다"며 "여름철에 운영시간이 늘어 밤참이나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생수를 지원하기 위해 용산경로당을 방문한 광주 동구청 주민안전과 정순환 자연안전재난계장은 "연장 운영 공고는 자율적으로 권고하고 있다"며 "시에서 주로 관리하는 경로당부터 연장 운행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수 120여 개와 모든 경로당에 선풍기 1대를 추가 지원했다"며 "동구는 7월에 미리 경로당 전기세 보조금 지원을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시가 경로당 연장 운행을 필수가 아닌 권고함에 따라 자치구마다 이행 여부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 238개소 중 98개소 △동구 124개소 중 122개소 △북구 381개소 중 350개소 △남구 360개소 중 40개소가 광주시 권고에 따른 오후 9시 연장 운영을 시작했다. 광산구는 385곳 가운데 318곳에 연장 운영을 권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구는 360개소 가운데 대촌 지역을 중심으로 40개소만 연장 운행이 이뤄지고 있는 점에 대해 "도심지역은 야간 운영 시 관리자가 상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관리·운영비 등 예산 지원이 한정돼 이 같이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구는 지난 3일 금호동의 한 텃밭에서 80대 여성이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폭염대응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했다. 서구는 논밭이 많은 서창동·유덕동을 중심으로 온열질환 발생 예방을 위한 현장 시찰 활동을 강화하고 경로당 연장 운행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독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