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 전화국 땅 호텔 개발에 경쟁 없이 수의계약…반발 무시

공기업 시절 전화국 부지 개발해 '호텔업계 큰 손'된 KT
호텔 5곳 가운데 2곳 수의 계약, 1곳도 수의 계약 하려다 '제동'
KT "사규 상 적법절차 따라 계약 방식 채택…국가계약법 준해"
전문가 "국가계약법은 더욱 한정적…수의 계약 이유 설명되지 않아"

KT에스테이트 홈페이지 캡처

KT가 옛 전화국 부지를 호텔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건설사와 잇따라 수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국가 소유였다가 공기업으로 넘어간 부동산을 이어받아 다수의 부동산 개발을 해온 KT가 수의 계약을 남발하자 내부에서 제동을 건 사실도 파악됐다.

KT가 광화문 웨스트 사옥의 1500억원대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수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단독]부동산 부자 KT, 광화문 사옥 '수의 계약'…내부 비판 '묵살')이 CBS노컷뉴스 보도로 드러난 데 이어 호텔 사업 과정에서도 잇따라 수의 계약을 채택한 게 밝혀진 것이다.

강남 금싸라기 땅 호텔들도 수의 계약, 내부 반대 이번에도 '묵살'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KT는 과거 공기업이던 '한국전기통신공사' 시절 보유한 전화국 부지를 호텔로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형 건설사와 수의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과거 신사 전화국 부지에 문을 연 안다즈 서울 강남(2019년 9월 오픈), 송파 전화국 부지에 세워진 소피텔 앰배서더(2021년 9월 오픈)가 KT가 각각 GS건설과 현대건설과의 수의 계약을 통해 지은 호텔들이다.

강남 금싸라기 땅의 전화국을 호텔로 개발하면서, 경쟁 입찰을 통하지 않고 대형 건설사에 잇따라 수의 계약을 주는 것에 대해 KT 내부에선 우려와 반대 의견이 강했다고 전해진다. KT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KT에스테이트(KT가 지분 100%를 보유한 부동산 개발 전문 자회사) 안에서도 전화국 부지를 호텔을 바꾸면서 잇따라 수의 계약을 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엔 공개 입찰 없이 수의 계약을 주는 행태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후 명동 전화국 부지에 호텔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KT 내부에서는 수의 계약을 체결하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수의 계약 행태에 당시 KT에스테이트 내부에서 반기를 들었다. 이로 인해 공개 입찰이 이뤄졌고, 수의 계약으로 제시된 금액보다 몇 백 억원을 낮춰 시공비가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지어진 호텔이 2022년 11월 문을 연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호텔이다.

KT에스테이트 홈페이지 캡처

공기업 시절 전화국으로 호텔 부자 된 KT, 수의 계약 기준은 못 밝혀


KT의 전화국 유휴부지 호텔 개발 사업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T는 공기업 시절 사용하던 전화국 주변 토지, 건물 등 유휴부지를 활용하기 위해 KT에스테이트를 설립하고 부동산 임대주택과 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역 별로 운영하던 전화국이 통신 기술 발달로 통폐합되고 노는 건물·땅이 됐기 때문이다. 전화국 대부분은 역세권에 있어 부동산 가격도 높았다.

이후 KT는 명실상부 '호텔업계 큰 손'이 됐다. 2014년 7월 준공된 영동 전화국 부지의 신라 스테이 역삼을 시작으로 2018년 을지 전화국 부지 노보텔 앰배서더를 비롯해 위에 언급된 안다즈 서울강남점, 소피텔 엠베서더 서울 강남점,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점까지 문을 열며 서울에만 5개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서울 5개의 호텔 가운데 2개 호텔은 수의 계약으로 이뤄졌고 이후 1개의 호텔도 수의 계약이 될 뻔 했지만 내부 반대로 인해 공개 입찰로 변경된 셈이다.

KT 측은 공기업 시절 전화국 부지이긴 하지만 이제는 사기업 소유 부동산인 만큼, 수의 계약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사규 상 계약 규정에 명기된 수의 계약 집행 기준을 비롯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수의 계약 대상은 '국가계약법'에 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국가계약법은 수의 계약에 대해 극히 제한된 기준을 정하고 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26조에 따르면, 수의 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는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거나 경쟁에 부쳐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로서 천재지변, 보안 상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해당한다. 또는 특정인의 기술이 필요하거나 해당 물품의 생산자가 1인 뿐인 상황으로 한정한다. 서울의 한 복판에 대형 호텔을 짓는 사업은 천재지변이나, 보안 상의 이유, 특정인의 기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관련 세부 기준을 문의하자 KT 측은 "내규는 비공개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건설 전문 변호사는 "내부 규정이 국가계약법에 준한다면 내부 규정 상에도 어긋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전화국 부지를 호텔로 개발하는 것인 만큼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할 대규모 공사를 굳이 수의 계약으로 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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