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에 '직접 보복' 천명…대응 수위는 미지수

이란 대통령실 제공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숙적' 이란이 전면전 기로에 서면서 중동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이스라엘 직접 공격하라"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이자 군 통수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긴급 소집된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를 소집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또 이스라엘 공격 이후 확전에 대비해 방어 계획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의 1인자 하니예가 암살된 데 따른 조치다.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 암살됐다. 이란과 하마스는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적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며 암살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보복을 공식화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이란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졌다. 특히 방문 인사가 자국 심장부에서 암살된 만큼 보복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위기그룹의 알리바에즈 이란 책임자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을 억제하고 주권을 방어하는 동시에 이슬람 무장단체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스라엘을 보복하는 것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하니예의 암살 직전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의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해 보복의 명분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중동전문가 스티븐 쿡도 하니예의 암살과 베이루트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이 더 커졌다면서 "당사자들이 파괴적인 싸움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좋은 선택지는 없어"…이란 입지 흔들릴 수도

다만 이란의 대응 수위는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중동 안보 전문가인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하니예의 암살이 이란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럽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며 "이란의 전략적 계산법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라즈 짐트 선임연구원은 정권의 생존은 이란 지도부의 '최우선 목표'라면서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전쟁은 이란에 '생존의 위협'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수년간 이란 내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와 경제 불황도 이란이 전면전에 주저하게 되는 요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 4월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며 경고 메시지는 보내되 전면전은 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CNN은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의 핵심 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잇달아 치명상을 입은 상황에서 이란이 당장 취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는 없다고 분석했다.
 
CNN은 지난 2020년 이라크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살해됐을 때에도 이란은 혹독한 보복을 천명했지만 실제로는 일부 미군 기지에 대한 제한된 타격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이번에 충분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중동 내 이란의 입지가 흔들릴 위험이 있으며 대응이 너무 늦어지거나 수위가 약할 경우에도 이미 금이 간 혁명수비대의 명성을 복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CNN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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