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펜싱 선수 올하 하를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를란은 올림픽 개최 전부터 이름을 널리 알렸던 선수다. 작년 7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러시아의 안나 스미르노바를 꺽은 뒤 악수를 거부하고 대신 자신의 검을 내밀었다.
펜싱에서 경기 후 악수는 의무다. 하를란은 실격 처리됐고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필요한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를 날렸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서 하를란에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했다.
하를란이 악수를 거부한 이유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향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전쟁 이후 러시아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파리 올림픽 유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더 나아가 중동 국가들과의 갈등이 영향을 끼쳤다.
타지키스탄의 누랄리 에모말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남자 유도 66kg급 16강전에서 이스라엘의 바루크 슈마일로프를 꺾은 뒤 악수를 거부했다.
다음날에는 남자 73kg급 1회전에서 눈에 띄는 상황이 벌어졌다. 알제리의 메사우드 르두안 드리스가 이스라엘의 토하르 부트불과 경기를 앞두고 계체를 통과하지 못해 실격 처리를 당했다.
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인사이드더게임즈'에 따르면 3년 전에도 알제리 선수가 부트불과 대결을 거부해 실격패를 당한 사례가 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가 계체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제유도연맹은 드리스가 이스라엘 선수와 대결을 고의로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스포츠맨십을 언급하며 대회 이후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스라엘 선수단 측은 "불명예스러운 행동"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부트불은 "드리스를 존중하다. 그는 좋은 유도 선수다. 언젠가 중동 지역에 평화가 찾아와 내가 알제리에서, 그가 이스라엘에서 훈련할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언젠가 우리가 맞대결을 펼치고 악수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