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침대에 손발 묶여 "화장실도 못가"…인권위 "지침 준수" 권고

정신의료기관에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 지침' 준수 권고

스마트이미지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격리(강박)실이 아닌 일반병실에서 입원환자를 침대에 강박한 정신의료기관의 장에게 보건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위는 작년 12월 29일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진정인이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상태로 장시간 묶여 있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 정신의료기관 측은 사건 당일 다른 층 남성 병동에 2개의 격리실이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진정인이 휴대전화 사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병실 침대에 강박하고 ㄷ자로 된 가림막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정신의료기관 측은 침대 주위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은 강박된 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인권위는 가림막으로 인해 진정인의 요구를 확인하거나 임상 상태를 관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병실 침대에 강박된 날의 여러 조건과 상황을 고려할 때, 진정인을 강박해야 할 만큼의 의료적인 급박성이나 불가피한 사정은 없었다며 A 정신의료기관 측이 병실 내 강박행위를 관행적으로 허용해 온 점에서 개선 권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정 권고 사항에는 '격리·강박은 격리(강박)실로 명시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고, 해당 공간은 타인으로부터 인격이 보호되는 장소여야 하며, 관찰창 등을 통해 내부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권위는 또 정신의료기관 관할 보건소장에게 해당 병원을 포함해 관할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지난 16일 권고했다.
 
한편 앞서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는 5월 27일 30대 여성이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장폐색으로 숨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여성은 사망 전날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지만 의료진과 보호사가 약을 먹인 후 여성을 침대에 결박하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
 
인권위는 2016년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으로 법제화할 것, 격리·강박 대체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격리(강박)실의 구조와 설비, 강박 도구를 표준화할 것 등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책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격리·강박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신의료기관 현장에서의 노력은 물론, 관련 법과 정책의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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