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나무 베어 탄소 중립 해결한다?[노컷체크] ②숲가꾸기가 우리 숲에 도움된다?[노컷체크] ③한국 '산림 바이오매스' 원목 태운다?[노컷체크] ④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다?[노컷체크] ⑤나무 태우는 산림바이오매스, IPCC 인정한 탄소중립 에너지원이다?[노컷체크] (계속) |
산림바이오매스는 '탄소중립' 에너지원일까, 아닐까.
나무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산림바이오매스'의 성격을 두고 산림 업계와 환경단체의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산림청은 지난해 6월 발표한 '제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2023~2027)'에서 "국산목재 이용 확대로 탄소 저장량 증진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며 지난 2차 종합계획(2018~2022)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산림청 등 산림 업계는 산림바이오매스를 두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이면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EA(국제 에너지 기구) 등 국제 사회에서도 인정받은 '탄소중립 에너지원'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나무를 태울 때 이산화탄소(이하 탄소) 배출량을 토지이용부문에서만 산정하고 에너지 부문에서 생략하고 있는 데다, 산림 벌채 등으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실질적인 탄소중립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탄소 배출량'과 '토지부문'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과 환경단체 측은 모두 IPCC에서 나온 보고서를 근거로 삼아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①나무 태울 때 탄소 배출량 계산 안 한다?
먼저 IPCC가 최근 내놓은 6차 평가보고서, 각종 특별 보고서 등을 보면 산림 자원을 활용한 바이오매스는 여러 차례 언급된다. 특히 화석 연료를 대체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재생에너지 가운데 하나로 명시돼 있다.
환경단체가 문제삼은 IPCC 탄소 배출 계산 기준은 바이오매스 연소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토지이용부문에서만 산정하고 에너지부문에서는 배제한다. 다시 말해 나무를 벨 때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태울 때는 제외해 '중복 계산'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나무를 태워 탄소가 대기로 배출되더라도, 이미 탄소를 흡수한 나무는 벌채 당시 탄소배출된 것으로만 산정, '탄소 중립'으로 평가된다.
산림 업계는 이 같은 IPCC 배출량 산정법을 근거로 산림바이오매스를 탄소중립 에너지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정한섭 임업연구사는 CBS노컷뉴스에 "산림바이오매스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경우 탄소 순환사이클(산림 광합성에 의해 대기 중의 탄소를 재흡수) 내에서 이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반면 땅 속에 묻혀있던 탄소를 꺼내는 화석 연료는 연소할 때 탄소가 발생하면서 대기 중 탄소가 순증한다"고 밝혔다.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이승록 정책위원은 "바이오매스는 일반적으로 화석연료보다 발열량이 적기 때문에 연소를 통해 동일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는 한다"면서도, "바이오매스에 의해 발생하는 탄소는 화석연료와 달리 탄소의 흡수와 배출을 빠르게 반복하는 순환 탄소에 해당하므로 온실가스의 감축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PCC가 발행한 1.5℃ 특별보고서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에너지 전환 경로에서 바이오에너지의 역할과 필요성을 상당한 비중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바이오에너지가 탄소중립이 아니거나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면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에 바이오에너지를 넣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환경단체 측은 태운 나무를 에너지부문에서 탄소 배출로 계산하지 않는 데 대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작성을 위한 2006 IPCC 가이드라인'이 근거 자료다.
이들 단체는 '바이오에너지 배출량을 에너지 부문 총계에 포함하지 않는 접근 방식은 바이오에너지의 지속가능성 또는 탄소중립성에 대한 결론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 해당 가이드라인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윤미향 의원과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대한민국 산림의 땔감화' 정책보고서를 보면 기존의 석탄발전소에 바이오매스를 같이 태우면(혼소) 그 양만큼 배출량이 줄어들고, 바이오매스만 태우는 방식(전소)으로 전환하면 일순간에 배출량이 0으로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대형 전소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도 연소 규모와 무관하게 무배출로 취급받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대상업체나 목표관리업체 조건에서 제외된다. 탄소 회계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석탄, 석유, 가스의 경우 탄소배출량을 배출 시점으로 보고 있지만, 나무는 토지이용 부문에서만 탄소배출량을 집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나무를 에너지 부문에서 산정하지 않으면 바이오매스가 '무탄소 에너지원이다', '탄소중립이다'라는 오해를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②산림생태계 황폐화 된다?
환경단체 측이 언급한 또 다른 보고서는 지난 2019년 기후변화와 토지에 대한 IPCC 특별보고서다. 환경단체는 해당 보고서 B파트 '적응 및 대응 완화 선택'(3.3)을 두고 바이오매스 활용이 오히려 산림 벌채, 산림생태계 황폐화, 생물종 다양성 소실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탄소중립 에너지원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산림청은 같은 보고서 내 '토지 황폐화' 섹션의 내용을 근거로 "산림으로부터 에너지, 목재, 섬유질 등을 지속 생산하면서 산림탄소 재고를 유지 또는 증가시키는 것이 가장 크고 지속적인 기후완화 편익을 창출한다고 이미 IPCC에서 결론지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보고서를 두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IPCC특별보고서에 바이오매스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환경부는 "(해당 보고서는) 바이오매스 생산·활용의 단점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공편익·부작용·리스크가 모두 존재한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단체가 언급한 하단에는 부산물 활용시 토지 이용 변화 측면의 부담을 완화 시킬 수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오매스의 긍정적인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활용하되, 부정적인 측면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IPCC 보고서 안에 장·단점…"전체를 봐야"
쟁점이 된 특별보고서의 저자로 이름을 올린 한국환경연구원 명수정 연구원은 CBS노컷뉴스에 "토지특별보고서는 기후 시스템에서 토지와 토지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며 "유한한 자원인 토지를 지속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라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 승인 회의에 참석하고 K-IPCC 위원회에서 산림 부분을 담당하는 국립산림과학원 김래현 센터장도 "언급된 특별보고서는 6차 평가보고서 작성 주기에 나왔던 3개의 특별 보고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언급된 내용(B3.3)만 보면 바이오에너지의 부정적인 영향과 리스크만 얘기할 수도 있지만, 같은 보고서에 바이오에너지의 모범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전체적인 부분을 봐야 한다. 문단 하나 가지고 (바이오에너지를)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바이오에너지가 관점에 따라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IPCC, UNFCC(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 등 국제적인 차원에서의 논의, 분석, 결과에 대한 내용은 글로벌 온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와 수단을 최대한 잘 활용하면서 온전하지 않은 것은 보완시켜 나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논쟁…탄소중립 핵심은 '숲 관리'
이 논쟁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유럽에서도 벌어진다.
네덜란드 국제 환경단체 자연과환경(Nature&Environment) 피터 드종(Peter De Jong) 에너지 프로그램 리더는 "IPCC 기준으로 보면 벌목한 국가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네덜란드는 특정 국가의 목재를 수입해 열과 발전용으로 쓰면서 탄소중립을 지켰다고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환경에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종 리더는 에스토니아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네덜란드에선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 기준이 높은 편이지만, 목재를 수입하는 국가의 숲이 어떻게 되는지까지 관리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네덜란드에 목재를 수출하는) 에스토니아는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 기준이 낮은 편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에스토니아에선 중장비들이 용이하게 진입하기 위해 땅에 있는 수분을 뺐다"며 "토양의 수분을 빼면서 수풀들이 자라기 좋지 않은 환경이 됐고, 이어 (계속해서) 벌목을 많이 하면서 다시 탄소 배출이 되는 걸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같은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농림부 소속 산림 및 지역 관리(Forestry and Regions Office of the Director-General)를 담당하는 폴 에어가트너(Paul Ehgartner) 국장은 "최근에는 EU 규정과 관련해 다시 부각됐다"고 말했따. 그는 "EU 재생에너지 지침 'RED II'와 'RED III'가 있는데 이는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를 에너지로 사용하고 지원하면서, 수치에 포함시키기 위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오매스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한 방법이며 다른 에너지원을 대체할 수도 있다"면서도 "제한된 에너지원이라 무한정 증가시킬 수 없다. 우리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 교수는 "나무를 제거하면 새로운 나무를 심거나 숲을 잘 관리해 숲이 다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예컨대)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여 사용한 뒤 같은 땅에서 다시 작물을 재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림 바이오매스의 경우 산림은 전체적으로 더 느리게 성장할 수 있기에 숲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바로 바이오매스가 재생 가능하고 잘 관리된 산림에서 나온 것이어야 한다는 지속가능성의 핵심 요구"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 : 박기묵 정재림 장윤우 최보금
-본 기획물은 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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