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는 메달 딴다' 해외도 주목하는 태권소년…서건우가 누구길래?[파리올림픽]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대표 서건우. 황진환 기자

한국 태권도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노 골드' 굴욕을 겪었다.

과거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한국의 대표적인 ​메달밭이었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다섯 대회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를 쓸어 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 태권도의 수준은 높아졌다. 한국인 지도자들이 세계로 퍼져 나갔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분석이 많다. 태권도 대표팀은 도쿄 대회의 부진(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을 파리올림픽에서 만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큰 관심이 모이는 선수는 바로 남자 80kg급 서건우(21·한국체대)다. 이창건 대표팀 감독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서건우를 '파리에서 메달을 따낼 선수'로 예측하고 있다.

남자 80kg급은 한국이 태권도 종목에서 많은 메달을 따오던 시절에도 올림픽에 단 한 번도 선수를 내보내지 못한 체급이다.

올림픽 태권도는 남자 58㎏급·68kg급·80㎏급·80kg초과급, 여자 49㎏급·57kg·67kg급·67㎏초과급으로 구분한다. 메달이 특정 국가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2 런던올림픽까지는 국가당 남녀 2체급씩 최대 4명으로 출전 인원수를 제한했다.

2016 리우 대회부터는 체급당 한 명씩 최대 8명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남자 80kg급에서는 국제 대회 성적이 저조해 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다. 올림픽 출전권은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체급별 1~5위)과 WT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시리즈 랭킹, 대륙별 선발전 등을 통해 배정한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대표 서건우. 황진환 기자

이번에는 다르다. 파리에서 '질식 태권도'를 보여주겠다는 서건우가 최초로 남자 80kg급에서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서건우는 WT 올림픽 랭킹 4위로 파리행 티켓을 획득했다.

서건우는 지난해 12월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80㎏급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올림픽 랭킹 1위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살리흐 엘샤라바티(요르단), 동메달리스트 세이프 에이사(이집트)를 연이어 무찌르고 최정상에 섰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서건우는 무명 선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성과를 올리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듭났다.

2022년 6월 무주 월드 그랑프리 챌린지 깜짝 우승을 시작으로 리야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은메달을 따며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작년 3월에는 맨체스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세이프 에이사를 꺾고 한국 태권도 최초 이 체급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5월 열린 다낭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대표 서건우. 황진환 기자

서건우의 상승세를 대표팀 사령탑 이창건 감독도 인정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사고 칠 선수'로 서건우를 꼽을 정도.

이 감독은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미디어 데이'에서 "'서건우 선수가 사고를 치지 않겠나'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훈련을 정말 많이 한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다"며 "상대 선수들의 신장, 기량, 파워가 앞서더라도 서건우의 쉼 없는 공격에 상대들은 지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실제로 상대 선수들이 힘이 빠져서 감점 패도 당한 경우도 있다"고 돌이켰다.

서건우 역시 자신의 장점인 강한 체력으로 경쟁자를 압도하겠다는 각오다. 서건우는 "경쟁자들이 키가 크다. 하지만 그만큼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며 "빠르게 속도를 내서 먼저 공격을 퍼붓는 게 중요하다. 이를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태권도는 '질식 태권도'라고 소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상대가 지칠 때까지 밀어붙이고 지고 있어도 따라잡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력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으며 훈련량을 늘렸다. 노력하다 보니 체력과 근지구력이 좋아졌다"고 부연했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대표팀. 왼쪽부터 박태준, 서건우, 김유진, 이다빈. 황진환 기자

해외에서도 서건우를 강력한 메달 후보로 보고 있다.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그레이스노트'는 23일 한국의 파리올림픽 메달 획득을 전망했는데, 업체는 서건우가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예측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같은 날 한국이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를 획득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서건우는 동메달을 따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처음 도전하는 체급인 만큼 서건우 역시 그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서건우는 "올림픽에서 잘해서 이 체급의 길을 더 열어야 한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제 체급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꼭 1등을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서건우의 경기 일정은 오는 8월 9일 예정돼 있다. 서건우에 앞서 7일에는 남자 58kg급 박태준(경희대)이, 8일에는 여자 57kg급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이 메달 사냥에 나선다.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는 10일 여자 67kg초과급 이다빈(서울시청)이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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