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지하차도 재개통 '딜레마'…"시민 불편"VS"안전 보완"

지난 달 30일 재개통 예고했다가 잠정 연기 결정
통행에는 문제 없지만 안전 시설 보완 요구 잇따라
예산.범위 등 두고 혼란…최소 두 달 이상 더 소요
"1년 넘게 뭐했나" 재개통 관련 민원은 빗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박현호 기자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참사 현장인 궁평2지하차도의 재.개통을 두고 충청북도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1년 넘게 통행이 막혀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설 보완 요구가 끊이지 않으면서 재개통 시기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19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5일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참사가 발생하면서 일대 오송1교차로부터 옥산 신촌2교차로까지 4km 구간의 차량 통행이 막혔다.  

이후 도는 모두 62억 원을 투입해 1년 동안 보수.보완 공사를 거쳐 드디어 지난 달 30일 재개통을 예고했다.  

우선 원천적으로 지하차도의 차량 고립을 막기 위해 침수 높이가 15cm만 넘어도 자동으로 작동하는 진입 차단 장치를 설치하고 배수 펌프 보완과 전광판 설치, 차단 인력 보강 등 안전시스템도 갖췄다.  

더욱이 지난해 8월부터 반년 동안 외부 전문 업체를 통한 정밀안전진단까지 마쳐 차량 통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미흡.부실 공사 등을 지적하자 돌연 재개통을 잠정 연기했다. 

도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설치한 구명봉이나 비상사다리, 차수벽 등의 보완 요구 가운데 일부 의견을 받아드려 시설 보완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박현호 기자
문제는 도가 보완 공사의 범위 설정이나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아직까지도 재개통 시점조차 가늠하지 못하면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림잡아 시설 보완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 등을 감안하면 최소 두 달 이상의 시간은 소요될 전망이다. 

차량 통행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일부 차선을 개통한 뒤 시설을 보완하는 방안도 있지만 아직은 여론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통제된 구간은 2022년 한 해에만 하루 평균 3만 대 가량의 차량이 통행했던 청주 외곽의 핵심 도로로, 1년 넘게 개통이 지연되자 최근에는 재.개통 민원까지 빗발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관련 민원만 벌써 30건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하차도 개통 지연 이유나 시점을 묻는 전화 민원도 하루 평균 10건 이상이 넘는 것 같다"며 "출.퇴근길의 차량 지정체가 계속되면서 1년 넘도록 뭐했느냐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의 재개통 시점을 두고 당분간 충청북도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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