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수련병원에 대해 전공의 사직처리 마감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15일이 지났지만, 1만 명이 넘는 전공의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다섯 달째 장기화된 의료공백을 해소하고자 정부가 '원칙'을 깨면서 내놓은 모든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전면철회, 사직 전공의의 9월 수련특례 등도 빛이 바래는 분위기다.
'빅5' 등 주요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은 대부분이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밝혀 달라는 병원 측의 연락에 아예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또한 각 수련병원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모집정원을 제출하는 마감일인 17일이 지나야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복귀 전공의가 극소수인 것으로 판단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재 전공의 복귀율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질의에 "어제(15일) 마감이 됐고 저희가 내일 (사직·복귀 현황) 보고를 받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정확한 숫자를 지금 말씀드릴 순 없다"면서도 "이제 복귀를 하겠다고 의견을 낸 전공의들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정오 기준으로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전체(1만 3756명) 대비 8.4%인 1155명에 불과하다. 전날(1111명)보다 44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자 남 의원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 때 (결과가) 예측이 되고 (문제가) 수습이 되겠다고 생각을 해야 정부 아닌가"라며 "(현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이 정말 심각하다. 그런데 지금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오죽하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서 이제라도 (의·정 사태의) 책임을 엄중히 문책해야 된다(고 주장하며), 장·차관을 파면하라고 촉구하지 않았나"라며 "감염병 위기상황도 아니고, 정책을 잘못 해서 보건의료 재난위기를 이렇게 5개월째 끄는 경우가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비상진료체계를 빨리 종료시키지 못해 환자분들과 현장에 계신 의료진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이 상황이 수습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의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고, '심각한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도 되느냐'는 추궁엔 "손을 놓은 적은 없다"며 정부도 사태 종식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같은 당 박희승 의원도 정부가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제시한 최후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사직 시한 내 돌아온 전공의가 거의 전무했고, 이들이 연내 수련을 재개할 가능성도 희박한 점을 짚은 것이다.
사태 초기 전공의들에게 행정명령 불복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가,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면허 정지 등을 면제해 주기로 한 데 대해선 '갈지 자 행보'라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박 의원이 '왜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여러 요인이 있다고 생각된다"며 "미복귀 동료에 대한 미안함, 그동안의 과중한 업무부담, 또 크게는 본인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때 복귀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사직 전공의들이 연내 수련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반기 모집 응시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복귀보다는 사직을 하는 수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번에 사직 또는 복귀 결과를 보고 저희가 좀 더 설득하겠다. 또 전공의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책분야에 대해 가시적인 정책을 (곧)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달 8일 '전공의 복귀 대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현장을 지켜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선 "죄송한 생각"이라며 "(해당 대책 발표 당시)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씀드린 부분을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전공의 이탈을 야기한 의대 증원 사안의 경우, 확정된 내년도 증원은 재론이 불가하지만 2026년도 입학정원은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며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같이 논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의대 2천 명 증원' 정책이 용산 대통령실에 언제 보고됐는지 묻는 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질의에 "숫자 자체는, 보정심(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 있는 날(2월 6일) 아침에 전화로 사회수석한테 보고했다"며 "(당일) 국무회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전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복지부가 보정심에 어떤 안건을 올릴지 사전에 협의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서 봐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장상윤) 사회수석은 단순히 (증원 발표) 스케줄만 보고됐다고 말했다"며 복지부와의 발언 '엇박자'를 들어 지난달 26일 당시 국회 청문회 발언이 '위증'이 아니냔 취지로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