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에 美 '충격'…극단주의가 '정치 혐오' 불렀나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불과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3일(현지시간) 야당 대선 후보가 유세 도중 총격 테러를 당하면서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특히 총격범이 유세장 밖 인근 건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한 것으로 알려져 당국은 '암살 시도'로 보고 사건을 조사중에 있다. 
 
총격범이 현장에서 사살되면서 이번 사건의 의도와 배후 등이 곧바로 낱낱이 밝혀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유세장 안에서 정신이상자 등의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이번 사건은 유세장 인근 건물 높은 곳에서의 '저격'이라는 점에서 어떤 특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전에 면밀히 준비된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당국의 수사가 향후 신속하게 진행되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지금으로선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를 백안시 하면서 국민적 분열이 심화됐고 이같은 '극단주의'가 정치 혐오로까지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에 제기된다. 
 
실제로 미 유권자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트럼프 전·현직 대통령 간의 '리턴 매치'를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으로 규정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는 유권자 상당수는 그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상대 후보가 더 싫어서 그런 결정을 하겠다는 사람들이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 언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대선을 코앞에 두고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이미 극도로 고조된 선거판의 긴장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양 진영은 서로를 향한 비난의 수위가 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대놓고 '말더듬이'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그의 연설 모습에 대해서는 "되살아난 시체처럼 보인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이에 질세라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석상에서 아예 '중범죄자'라고 부르고, 그를 '반(反)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낙인을 찍었다. 
 
국경문제, 낙태권 등에 있어서도 양당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표 계산을 바탕으로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떠넘기기에 바빴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이날 오후 6시쯤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지역 유세 단상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침 '국경 문제'를 거론하며 바이든 정부의 실정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교도소와 정신병원에서 쏟아져 나와 미국은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는 바이든의 국경 개방으로 미국에 있어서는 안 될 수백만 명이 미국에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당의 대선 대결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처럼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국의 정치·사회적 긴장은 그 어느때보다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사해서 고맙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대국민 긴급 연설을 통해서도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며 "우리는 하나의 나라로 단결해 이를 규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캠프는 총격 사건 이후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선거 메시지 발송을 일시 중단했고, 관련 TV 광고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이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나는 괜찮다"며 "이번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한 경호국 및 법집행 당국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캠프는 "오는 15일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공식지명하는 전당대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원한 후 바이든·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대선후보 첫 TV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토론 중간 휴식시간에도 정면을 응시한 채 서로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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