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이 키운 '한동훈 사천' 의혹, 제2의 '읽씹' 공방 되나

元 "이 전 서기관·강 변호사, 몇몇 비례" 사천 명단 지목
韓 "근거 어딨나, 처가 두 사람과 일면식 있으면 정계 은퇴"
국민의미래 공천 당시 '친윤' 반발에 명단 수정
尹측근 주기환은 비례 사퇴, 민생특보로…윤한갈등 양상
총선 참패 이후 재소환된 갈등, "측근 구체 관여", "모 의원처럼 넣어달라 했나"

국민의힘 원희룡(왼쪽), 한동훈 당 대표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4.10 총선 참패 이후 가라앉았던 '비례대표 사천(私薦)'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원 후보는 '듣보잡 사천', '가까운 친인척과 공천 상의' 등 공세를 펼치다 11일에는 사천 대상으로 당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에 올랐던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동훈 후보는 원 후보가 의혹만 늘어놓을 뿐 사천이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내지 않는다며 "뇌피셜"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양측은 모두 상대방의 말이 맞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추가 '폭로전'을 암시하고 있는데, 여권 내에서 벌어졌던 암투가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되며 제2의 '김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元, '사천 명단' 지목…韓 "근거 대라, 처가 개입했으면 정계 은퇴"

한 후보는 11일 MBN이 주최한 전당대회 2차 TV 토론회에서 "제 가장 가까운 가족, 처를 말하는 것 같은데 공천 개입 의혹이 있다고 했다. 근거를 대라"고 쏘아붙였다. 원 후보는 지난 7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 후보가 가장 가까운 가족, 인척과 공천을 논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질문에 원 후보는 공천을 논의한 대상을 지목하는 대신, '사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을 지목했다.
 
그는 "이모 전 서기관, 강모 변호사, 그리고 또 몇몇 현재 비례대표 의원들이 계신다"며 "중간에 (비례대표) 명단이 바뀌기도 했다. 이 분들이 들어간 기준과 절차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4.10 총선 당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에 올랐던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과 강세원 변호사가 사천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토론회에서 한 후보는 당대표로서 비례대표 공천에는 관여했지만, 사천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의혹을 제기한 원 후보를 향해 '가족이 공천에 개입한 증거'를 요구하면서 "말씀하신 두 명과 제 처가 아는 사이라거나 일면식이라도 있으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후보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지금 말해봐야 전면 부인하고, (가족과) 입을 맞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모든 공천 자료는 당에 있다"며 의혹에 기반해 '당무감사'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비례 공천 둘러싼 친윤·친한 갈등 재소환…'진흙탕' 싸움 예고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윤창원 기자

원 후보가 지목한 두 인물은 4.10 총선 당시 국민의미래가 발표했던 1차 비례 명단에서 무난한 당선권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자 공관위원이었던 '친윤' 이철규 의원이 비례 명단에 호남 인사, 당 사무처 인사가 배려받지 못했고, "공천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공천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국민의미래가 명단을 수정해 다시 발표했는데, 강 변호사는 기존 13번에서 21번으로 순번이 크게 밀려 결국 낙선했고, 1차 발표 때 17번을 받았던 이 전 서기관은 골프접대 의혹으로 인해 공천이 취소됐다. 대신 명단에 없던 조배숙 전 의원이 호남 몫으로 13번을 받고, 당직자 출신으로 23번을 받았던 이달희 전 경제부지사가 당선권인 17번을 받는 등 이 의원의 주장이 일부 반영됐다.
 
다만, '한동훈 비대위' 출신 한지아·김예지 전 비대위원이 11번, 15번이라는 순번을 유지하면서 친윤계에서는 친소(親疏) 관계에 의한 사천이라는 불만이 당시에도 제기됐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이 당선권 밖인 24번에 배치받자, 윤 대통령은 '민생특별보좌관'을 신설해 주 전 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윤·한 갈등으로도 번지는 국면이었다.
 
이러한 잡음은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의 사퇴로 자연스레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서면서, 비례 공천권을 둘러싼 내부 암투가 국민들에 각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직전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처럼 상대방만 깎아내리면 된다는 자해적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폭로전'의 기미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원 후보는 토론회에서 "측근들이 구체적으로 관여한, 공심위(공천심사위) 바깥 인물에 대해 밝힐 수 있다"며 다음 의혹 제기를 예고했다. 친윤계 인사는 통화에서 "국민의미래 공천 시스템보다 한 후보가 위에 있었다는데 이게 사천이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총선 백서를 빨리 발간해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토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공천을 잘못했다는 것인가"라며 "모 의원처럼 자기가 넣어달라고 했는데 안 들어주니까 밖에서 인터뷰하고 그런 것이라도 있나"라며 별도 세력의 공천 청탁 사실을 노출했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총선 과정에 몇몇 인물을 넣어달라는 요청이 불발되니까, 대통령까지 욕을 했다는 소문이 나지 않았나"라며 "터무니없는 마타도어를 참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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