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군 다수가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매설을 하다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는 '적대적 2국가' 노선과 관련이 있다. 남과 북의 단절을 더욱 강화하려는 북한의 새 책략이다.
그러나 북한군 당사자들에게는 허망한 희생이었다. 이들은 지뢰 매설을 위해 울창한 수풀을 밀어내다 실수로 기존 지뢰를 밟았다. 아마 변변한 보호장비도 없었을 것이다.
지뢰를 심으려다 지뢰에 당하다니, 부조리도 이런 부조리가 없다. 그 가련한 병사들은 짙은 녹음에 가려 표식조차 안 보이는 군사분계선을 헤매다 지뢰 밥이 되고 말았다.
이들은 작업복 차림이었고 일부만 총기로 무장했으며, 그나마 남측 경계용이 아니라 자체 감시용이었다. 사실상 강제노역의 희생자들이었다.
비슷한 시점 우리 군에서도 안타까운 청춘의 죽음이 잇따랐다.
5월 강원도 모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다 숨졌고, 그 며칠 전에는 다른 부대에서 수류탄 사고로 훈련병이 사망했다. 오는 19일은 아직 책임 소재조차 가려지지 않은 해병대 채 상병 1주기이기도 하다.
위험부담이 따르는 군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젊은 생명이 헛되이 스러지는 것은 남북한 어디냐를 떠나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비극은 쉽사리 줄어들 것 같지 않다. 남북 군사적 긴장 수위가 끊임없이 높아가는데다 예전과 달리 직통전화 같은 최후 안전핀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초유의 휴일 비상소집령을 비롯한 군사대비태세 장기화도 병영 피로감을 누적하며 또 다른 인화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라는 '즉강끝' 원칙과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명백한 우리의 적'이라는 대적관이 열심히 강조되고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유사시 영토 평정'을 외치며 독기를 내뿜고 있다.
이리하여 남북은 이제 사소한 우발적 충돌에도 사생결단을 벌일 판이다. 좁은 전장, 고도화된 미사일 전력과 맞물려 국지전과 전면전의 경계는 이미 사라지고 있다.
'끝까지 응징' 원칙 앞에서 '비례적 대응'이란 보편적 규범도 무색해졌다. 대적관 확립도 자칫 북한 동포 전체에 대한 증오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이상 형제‧동포가 아니라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누구 하나 여기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쟁은 노인이 일으키고 피는 젊은이가 흘린다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달 27일 정전협정 71주년을 앞두고 더욱 간절해지는 평화에 대한 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