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세수가 결손될 위기 상태라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관련 당국 내부에 '조기경보시스템'(EWS)을 발동했다.
기획재정부가 28일 발표한 '2024년 5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5월 누계 국세수입은 151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 1천억 원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법인세로, 윤석열 정부가 취임 직후 단행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조치에 더해 지난해 기업실적이 악화된 바람에 전년동기대비 15조 3천억 원이나 덜 걷혔다.
증권거래세 수입도 세율 인하 조치의 영향으로 2천억 원 감소로 전환했고, 관세에서도 수입액이 6.3% 감소하면서 2천억 원 줄었다.
반면 시민 누구나 내는 부가가치세는 5조 4천억 원이나 더 많이 걷혔다. 최근 소비가 회복된 반면 환급금은 감소해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기업에 깎아준 세금을 일반 시민들이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전월까지 두 달 연속 감소했던 소득세 수입도 3천억 원 증가했다. 기재부는 고금리 기조로 이자소득세가 증가했고, 취업자 수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임금인상 효과 등에 힘입어 근로소득세 감소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올해 예산안에서 계획한 국세 수입 대비 세수 진도율은 41.1%에 그쳐 지난해 본예산 대비 진도율 40.0%보다는 높지만, 최근 5년 평균 진도율 47.0%보다 5.9%p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기 경보'에 해당하고, 이는 올해 예산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정부가 사실상 확정하는 개념"이라며 "세수 상황 등을 면밀하게 점검해 얼마나 부족할 것인지 확정짓고, 그에 따라 올해 어떻게 자금을 운용하고, 내년 예산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재추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22년 대규모 세수 추계 오차를 낸 이후 세수 이상 징후를 빠르게 감지하기 위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세수 급등락 가능성이 조기에 포착되면 세수 당국 내부에서 재추계를 실시하고 추계모형과 지표를 수정한다.
3월 또는 5월에 누계 국세수입 실적 진도비가 과거 5년 평균 대비 각각 ±3%p(3월)·±5%p(5월) 이상 차이나면 조기경보 기준을 충족한다. 앞서 역대급 세수펑크가 일어났던 지난해에는 3월과 5월 모두 조기경보가 발동된 바 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과 수입이 올라오고 있고, 기업 실적도 상반기에 좋아지고 있어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변동성이 큰 해기 때문에 올라가는 추세가 얼마나 올라가느냐에 따라 세수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5월 한 달 국세수입은 25조 5천억 원으로, 전년동월대비 7천억 원 적게 걷혔다. 다만 3월 6조 원, 4월 6조 2천억 원에 비하면 감소폭은 줄었다.
소득세 수입은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전년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근로소득세가 증가한 데 힘입어 7천억 원 늘었고, 부가가치세에서도 1조 원 증가했다. 또 뒤늦게 납입된 세금인 과년도수입과 개별소비세도 각각 3천억 원, 1천억 원씩 늘었다.
반면 법인세는 고금리 영향으로 원천분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기업실적이 저조해 분납실적이 감소하는 등 신고분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지난달에도 2조 6천억 원 적게 걷혔다. 또 상속증여세와 관세는 지난해 같은 달 수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달에 좋지 않았던 금융지주회사 실적이 5월 분납하면서 그대로 이어지는 영향이 있고, 중소기업 분납이 많이 줄었다"며 "또 소송·경정청구 등 특이요인으로 환급받아간 규모가 유독 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