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이 'K-푸드' 열풍에 불을 지피면서 국내 경쟁 식품업체들도 덩달아 해외 판로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주류회사와 편의점업체들도 K-푸드 기세에 올라타 동남아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등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될놈될' 불닭…CJ, 농심, 종가 모두 북미시장 공략
심지어 최근 덴마크 정부가 불닭볶음면 제품 3종에 캡사이신 수치가 높아 급성 중독 위험이 있다며 리콜(회수) 조치를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불닭볶음면을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 시쳇말로 '될놈될(될 놈은 된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자 국내 경쟁 식품업체들도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독일 아마존(Amazon)에 '비비고 스토어'를 공식 입점하고 K-푸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접한 네덜란드에도 대형마트인 '알버트하인(Albert Heijn)', '윰보(Jumbo)', 그리고 '호오흐플리트(Hoogvliet)'에 입점하며 K-푸드 영토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 CJ제일제당의 유럽 전체 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했다.
우리나라 전체 김치 수출액의 53%(2023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 종가 김치도 일본을 넘어 북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대상 종가 김치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 달러에서 2023년 8300만 달러로 2.8배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대상 임정배 대표는 "K-푸드의 대표 음식인 김치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가 김치가 김치의 우수성과 정통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K-편의점 격전지 몽골, K-소주 공장 베트남
하이트진로는 지난 18일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진로 소주의 세계화·대중화'를 기치로 2030년까지 해외시장 소주 매출액 5000억원 달성 목표를 세웠다. 하이트진로의 소주와 기타제재주의 통합 수출량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880억원, 2022년 1169억원, 2023년 1394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GREEN i-PARK) 산업단지 내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세운다.
오비맥주 역시 10년 전부터 몽골 시장을 집중 공략해왔다. 최근에는 롯데칠성이 맥주 '크러시'로 몽골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저출산 기조 속에서도 몽골만큼은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인구가 많은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기준 5만5580개로 점포 수가 포화 상태에 도달한 국내 편의점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지금 'K-편의점'의 격전지다.
가장 먼저 몽골에 진출한 CU는 현지에서 395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현재 몽골 편의점 업계 1위 브랜드다. GS25가 276개로 그 뒤를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편의점 브랜드인 '서클K'도 몽골에 진출했지만 CU와 GS25에 밀려 철수했다.
GS25는 베트남에서도 289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K-편의점 열풍을 이끌고 있다. CU는 말레이시아(143개)와 카자흐스탄(5개)에도 점포를 냈다. 이마트24는 국내 최초로 캄보디아에 진출해 수도 프놈펜에 1호점을 열었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도 이번 K-푸드 열풍과 관련해 "일시적인 반짝 현상이 아니라 주류, 인스턴트 음식 등 여러 카테고리에서 해외 소비자들의 새로운 메뉴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것들이 기존 K-콘텐츠와 연동되면서 K-푸드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