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일당직 아니라고 좋아했는데…"
25일 오후 경기도 화성 모두누림센터에서 조카의 소식을 기다리던 삼촌은 고개를 떨궜다. 삼촌은 전날 연락이 끊긴 조카 A(26)씨의 소식을 30시간째 기다리고 있었다.
불이 삼켜버린 화성 아리셀 공장에 다니는 A씨는 월급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삼촌 B씨는 "(조카가) 용역을 통해 회사를 다닌지 두 달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당직으로 다니다가 월급을 5월부터 받는다며 얼마나 좋아하고 있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사망자 신원 확인도 하루 이틀이 걸릴지, 일주일이 걸릴지 몰라 답답하다"며 "경찰에서 기다리라고 하는데 몇 시간째 기다리고만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가를 훔쳤다.
23명의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이들은 2명에 불과하다. 이날 오전 사망자 5명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던 송산장례문화원 안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신원이 확인된 김모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망자들에게 부여된 이름은 故 21번, 故 16번, 故 11번 등 이었다. '번호'를 부여받은 사망자들을 찾는 가족은 없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빈소와 분향소 모두 마련할 수 없다"며 "보호자가 시신을 보고 구별을 할 수 없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 오전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원파악이 되지 않은 시신 5구가 안치된 다른 장례식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후 2시 화성장례문화원 1층 빈소를 알리는 전광판은 꺼져있었다. 화성장례문화원 관계자는 "4곳의 빈소 모두 비어있어 현황판 알림도 껐다"며 "오전 11시 30분에 국과수에 시신을 모두 보냈는데 성별이라도 식별돼 신원 확인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화재 참사 이후 연락이 두절된 이들의 가족들은 장례식장에 시신 식별이 가능한지 물어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유일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전화가 와서 조금이라도 식별할 수 있는지 없는지 물어본다"며 "안치된 시신들을 번호로 구별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화성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시청 5층에 종합 피해지원 상황실을 설치해 유가족 및 부상자들에게 숙식과 교통을 비롯한 편의를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유가족과 협의를 통해 사고 인근과 시청, 유동인구가 많은 역 주변에 분향소 4곳을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희생자 23명의 전원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화성시청 앞 모두누림센터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B씨와 같은 이들 30여명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오전 10시 30분쯤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을 입었다. 국과수는 오후 1시부터 사망자 신원 확인과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에 돌입했다. 부검으로 신원이 파악되면 희생자들 빈소도 차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