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해지고 있다. 유력한 당권 주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명하게 '비윤(비윤석열)' 기조를 보이며 등판한 탓이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던 '이재명-한동훈'의 4·10 총선 구도를 재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과 함께,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에 성공할 경우 중도층 확보 경쟁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민주, 4·10총선 구도 재현에 기대감…韓, 채상병 '찬성' 입장에 與 분열 '어부지리'도
24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한 전 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법)에 대한 조건부 수용 입장에 애매모호하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이 법이 윤 대통령을 겨냥하는 만큼, 한 전 위원장의 정치적 입장이 완전히 '비윤'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 발의 제안은 진일보한 결정"이라고 환영하면서도 "(특검 통과) 시점을 늦추는 등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제안"이라고 거리를 뒀다. 이어 6월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법안 내용에 대한 협상 가능성에 선을 긋기도 했다.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전 대표의 맞상대로 한 전 위원장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주류였다. 불과 2개월여 전인 지난 22대 총선에서 이 대표가 한 전 위원장을 한 차례 꺾었기 때문에, 오는 8월부터 다시 펼쳐질 여야 당대표 구도에서도 같은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 한 전 위원장의 지지세가 상당하지만, 정치권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충분히 검증이 되지 않은 만큼 비대위원장이 아닌 정식 당 대표라는 시험대에서는 하락세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마저도 제기됐다. 같은 맥락으로 '여의도 경험'이 풍부한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의원에 비해 한 전 위원장이 이 전 대표의 맞상대로서 수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의 밑천은 총선 때 이미 드러난 것 아닌가"라며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용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권을 노리는 한 전 위원장이 향후 윤 대통령과 권력 다툼을 벌일 경우. 민주당이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당정이 권력 다툼을 하는 동안 민주당이 민생 입법에 집중할 경우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 전 위원장의 특검 수용을 언급하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곧바로 거센 이견들이 표출됐다. 당권 경쟁자들은 "순진한 발상(나경원)", "분열은 공멸(원희룡)", "민주당 대표 출마 선언인가(윤상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드디어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한테 비수를 꽂아버린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의 임기가 짧아진다. 엄청난 레임덕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률가 출신인 다른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검사일 때부터 알았던 오래된 사이"라며 "서로 대립할 경우 치명타가 오갈 수 있다"고 말했다.
韓의 '차별화' 성공시 민주당 중도 확보에 '빨간불'…전당대회 컨벤션 효과 '온도차'도 우려
반면 한 전 위원장이 여권 내 분열을 극복하고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민주당의 중도층 확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가져가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개별 사안과 관련해서는 한 전 위원장이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은 채 상병 특검법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중도층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위험론이 제기된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두고 펼쳐지는 협상 국면에서 민주당 안보다 보다 포괄적이고 중립적인 내용을 제시할 경우에는 민주당의 몫이었던 지지세를 가져갈 공산도 있다. 또한 채 상병 특검법의 입법 취지와 별개로, 특검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대정부 공세 효과를 누리고 있던 민주당 입장에서는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는 '입법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아니고, 시점도 적절하다면' 협상을 못 할 이유도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독자적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특검이라면 논의를 못 할 것 없다"라고 반겼다. 한 전 위원장이 특검 임명권을 야당이 아닌 대법원장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여당) 독자로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민주당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흥행 요소가 많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한 전 위원장의 존재감이 이전보다 돋보이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에는 위기감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연임 출마를 위해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려면 어느 정도 경쟁구도가 펼쳐져야 하는데 민주당 내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 당 대표는 이재명) 등의 표현이 자주 사용될 정도로 대세가 명확하다.
반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대선주자급 후보만 3명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비윤 1(한동훈) 대 친윤 3(나경원·원희룡·윤상현)'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한 전 위원장이 나머지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당권을 거머쥔다면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열성 당원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즐길 수 있는 행사여야 한다"며 "다양하고 역동적인 경쟁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