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에서 발생한 전지 제조공장 화재는 리튬 1차전지에서 발화한 것으로 물로 진화하면 폭발 등이 일어나 좀처럼 불길을 잡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업체 측은 물론 소방 당국도 특수화재에 대한 대비를 보다 체계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반쯤 서신면에 있는 1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은 공장 1개동에 있는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시작된 건물은 연면적 2300여㎡·3층 규모다. 화성소방서의 화재 관련 브리핑에 따르면, 아리셀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납품하는 곳으로 공장 안에는 3만 5천여개 배터리가 보관돼 화재 발생 이후에도 폭발 현상이 지속됐다.
이로 인해 소방 당국은 불길을 잡기 힘든 데다 연기까지 심해져, 진화와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현재까지 1명 심정지, 1명 중상, 2명 경상으로 집계됐지만, 이날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추산된 67명 가운데 21명이 연락 두절돼 인명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화재 피해가 커진 데 대해 전문가는 리튬 1차전지의 위험성을 지목했다. 한번 방전하면 사용 후 폐기하는 리튬 1차전지의 경우, 불이 붙은 뒤 물을 뿌리게 되면 수소가 발생해 또 다른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흔히 알고 있는 충전·방전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은 '리튬 이온 배터리(2차전지)'로 이번에 불이 난 1차전지와는 다르다"며 "리튬 1차전지는 화재 시 물 성분으로 진화하면 폭발 성분인 수소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진화 물질이 오히려 '연쇄 폭발'로 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업체 측이 평소 화재 위험성에 제대로 대비해 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런 위험도 높은 물질에 대해서는 '소분하라'는 게 소방전문가들의 조언이다"라며 "조금씩 나눠서 비치하고, 생산 직후 곧장 출하하는 등 한 곳에 모아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특수 화재에 대한 소방 당국의 대응 체계에 대해서도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 소방서의 소화액은 수계, 즉 물 성분이다. 이번 화재에 쓰면 터지기 때문에 진화를 할 수가 없다"며 "팽창 질석이나 마른 모래 등이 필요한데, 리튬 양이 많다면 이 진화 물질들도 많이 필요로 하므로 평소 권역 등을 기준으로 특수 화재 위험물질이 어디에 어느 정도 있는지, 어디 소방서에 맞춤 진화물질을 구비하고 있는지 대비 태세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화재 현장에서 진화 물질이 충분하지 않다면, 아직까지 타지 않은 리튬 물질들을 서둘러 밖으로 빼내면서 진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화성 공장화재 피해로 다수 인원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범정부적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중대본부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지자체는 긴밀히 협조해 피해확산 방지에 주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화재현장을 찾아 조속한 진화와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김 지사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조속히 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유해가스 발생을 최소화해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화재진압·구조대원의 안전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소방 당국은 유해화학물질(리튬) 취급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데다, 인명피해 및 연소 확대 우려가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2단계는 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인접 건물로의 연소 확대는 막아 놓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화재가 장시간 지속될 경우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회사 관계자 협조를 얻어 전화번호를 통해 연락이 끊긴 노동자들의 위치를 추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