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신고 포기'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 발표

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겪어도 회사, 노동조합,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갑질금지법 시행 5년 직장인 1천명 괴롭힘 경험 설문'을 진행해 23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에 달했다. 이는 법 시행 직후인 2019년 3분기 조사결과(44.5%)보다 12.5% 감소한 수치다.
 
유형별로 보면 2024년 6월 기준 모욕·명예훼손 범주의 괴롭힘 경험이 20.6%로 가장 많았고, 부당지시(17.8%), 폭행·폭언(15.7%) 등이 뒤를 이었다.
 
2024년 2분기 기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후 회사나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8.1%,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신고한 응답자는 10.3%에 불과하단 얘기다.
 
직장갑질119는 중복 응답이 가능해 실제 신고를 한 피해자 비율은 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포기한 응답자 중 53.9%는 그 이유로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를 꼽았다. 32.9%는 '인사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신고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신고를 포기한 이들은 참거나 퇴사하는 등 다른 선택지를 찾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들 중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0.6%에 달했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응답이 27.2%,'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23.1%를 기록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들 중 약 절반(51.2%)은 해고 등 불리한 조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고자의 62.8%가 '회사가 조사 과정에서 비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회사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7월 시행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5주년을 앞둔 가운데 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갑질119 대표 윤지영 변호사는 "여전히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신고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신고를 하면 보호는커녕 오히려 보복 조치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보완과 강화, 사각지대 해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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