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푸틴 초청 베트남에 쓴소리…"침략전쟁 선전 안돼"

2023년 10월 1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만난 보 반 트엉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 연합뉴스

베트남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한데 대해 미국이 "침략 전쟁을 선전할 판을 깔아줘서는 안 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베트남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곧 이뤄질 푸틴의 베트남 방문이 베트남과 미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어떤 나라도 푸틴에게 침략 전쟁을 선전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거나 잔혹행위를 정당화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방북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다음으로 오는 19~20일 베트남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은 19일부터 이틀간 하노이에 체류하면서 최근 새로 선출된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을 비롯한 고위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하노이행은 베트남 정부의 거듭된 요청을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공산당이 통치하는 베트남의 러시아를 향한 충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은 서방의 주도로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6일까지 이틀간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반면 지난주 초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에는 외무차관을 보낸 바 있다. 브릭스는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2006년 창설된 신흥 경제국 모임이다.
 
미 대사관 대변인은 또 "푸틴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면 러시아의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을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명백한 국제법 위반에 눈 감을 수 없다"면서 "전쟁 범죄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자행한 전쟁 범죄 책임을 물어 작년 3월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다만, 베트남과 러시아, 미국 모두 ICC 회원국은 아니다.
 
베트남 외교부는 이와 관련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이언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베트남 입장에서 푸틴 대통령의 자국 방문은 "베트남이 특정 강대국 편을 들지 않는 균형 잡힌 외교 정책을 추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각각 지난해 9월과 12월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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