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부산의 한 공장 건물을 수년 동안 물류센터로 사용하다가 적발돼 시정 조치까지 받은 가운데[6.13 CBS노컷뉴스="공장을 물류창고로?" 해운대 쿠팡물류센터 위법성에 '행정처분'] 인근 주민들은 해당 물류센터가 들어선 뒤 교통 등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최근 주변 도로에서 택배 차량과 자전거가 충돌해 1명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해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의 한 도로. 5t짜리 대형 화물차 여러 대가 좁은 골목길을 줄지어 지나더니 일제히 한 건물로 들어갔다. 쿠팡이 4년 전 의류 공장과 매장이 있던 건물 일부를 임대해 사용 중인 물류센터에 택배차량이 드나드는 모습이다.
이곳은 쿠팡이 지역 물류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9월 부산시에 물류센터로 등록한 건물이다. 하지만 최근 해당 건물의 용도가 공장으로 등록돼 건축물 용도를 위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류창고업등록에관한규칙 등에 따르면 물류센터는 '창고'로 등록된 건물에서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경고 처분을 내렸고, 해운대구는 시정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인근 주민들은 이 물류센터가 들어선 뒤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학생이 1t 화물차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해 자전거가 파손됐고, 수시로 오가는 택배 화물차 때문에 가게 앞이나 인근 골목 담벼락이 파손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주변 도로에서 결국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오후 1시 40분쯤 물류센터 앞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60대 남성이 5t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남성은 우회전하는 5t 택배 화물차에 놀라 넘어졌고, 화물차 운전자가 이를 발견하지 못하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화물차는 물류센터에서 나와 골목에서 우회전하고 있었다.[관련기사 5.14 CBS노컷뉴스=부산서 자전거 타던 60대, 5t 화물차에 치여 숨져]
인근에서 가구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7·여)씨는 "택배차량이 과속을 한 것도 아닌데 사망사고까지 났다. 쿠팡물류센터가 들어오고 생긴 피해는 말로 다 못한다"면서 "접촉사고도 잦았고 택배 차량이 가게 앞을 수시로 파손해 경찰에 신고한 것만 여러 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루에도 큰 차들이 몇 대씩 좁은 골목을 오가는데 보기에도 무섭다"면서 "인근에는 대단지 아파트도 많고 최근 국제학교도 들어와 등하교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또다시 사고가 날까 아찔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허성욱(70·남)씨는 "의류 공장이 있을 때만 해도 동네가 조용했는데 물류센터가 들어오면서 주민들 원성이 자자하다. 이건 주민들 못 살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사고는 또 날 수밖에 없다. 구청에 방지턱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민원도 여러 번 넣었지만 지지부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민원이 잇따르고 결국 사망사고까지 발생하자 경찰까지 나섰다. 화물차가 중앙선을 넘는다는 민원에 따라 중앙분리대를 설치했고, 사망사고가 난 지점 주변 도로에는 시선유도봉을 설치하는 등 도로 안전 대책을 잇따라 시행했다.
이같은 위협은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쿠팡의 배송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빠른 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넓히기 위해 도심 곳곳 건물을 임대해 물류센터를 세우면서 상대적으로 교통량이나 주민 수가 적은 기존의 외곽 물류센터에 비해 사건·사고가 빈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 점유율 선두권인 대기업이 물류센터 설립 과정에서 기본적인 행정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데 이어 지역 안전마저 위협하는 등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기본적인 기업 윤리를 외면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부지를 선정한 쿠팡 측도 건물을 빌리면서 건축물 용도를 몰랐을 리 없을 텐데 빠른 배송 등 기업 이익을 위해 행정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건 명백한 잘못"이라며 "이런 사례가 더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인근 주민들에게서 민원이 제기됐거나 관련 내용이 있는지 파악해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