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집단 휴진' 의대 교수로 번져…환자들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17일 서울의대·27일 연세의대 '무기한 휴진' 선포
가톨릭의대 '18일 휴진' 이후 정부 대응 따라 '무기한' 논의
의대 교수단체들도 '휴진 동참'…대학별로 세부 일정 논의
길어지는 의료공백에 중증환자 "휴진 이후 예약 더 어려울 듯"

황진환 기자

"4기 암환자들을 호스피스로 내몰고, 긴급한 시술을 2차 병원으로 미루고, 항암을 연기하고, 수술을 미뤘다. 환자들의 목숨이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 있는 것인지 몰랐다."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 회장)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도 속속 휴진에 동참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18일 집단 휴진 이후 정부 대응을 지켜보며 향후 '무기한 집단 휴진'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있어, 환자들의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의정갈등 새 국면…의료계 집단행동 확산일로

황진환 기자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의대 교수들이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우선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연세의료원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두고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11일 산하 병원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총 735명 중 531명(72.2%)이 '무기한 휴진 입장을 취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고 답했다. 연세의대 비대위의 무기한 휴진 실행 방안에 지지하고 동참한다는 응답이 448명(61%)이었다.

연세의대 비대위는 18일 집단 휴진은 교수들이 '의협 회원' 자격으로 각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이와 별개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비대위 차원의 휴진을 결정했다.

가톨릭의대 교수들도 오는 18일 의협의 집단 휴진에 동참한다. 이에 따라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서울성모병원·여의도성모병원·의정부성모병원·부천성모병원·은평성모병원·인천성모병원·성빈센트병원·대전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이 휴진한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8일 휴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5% 이상이 휴진을 통한 정부에 대한 항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오는 18일 집단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진료 유지 및 업무 개시 명령을 완전히 취소하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울산의대는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데, 나머지 두 병원은 휴진 참여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의대 교수, 집단 휴진 이후 정부 대응따라 '무기한 휴진'도

황진환 기자

의대 교수들이 정부 대응에 따라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오는 18일 집단 휴진 이후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뒤 오는 20일 '무기한 휴진' 등 추가 행동을 논의하기로 했다.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더 이상의 추가행동이 없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압박했다.

연대의대 교수 비대위도 "의사협회 주관의 18일 하루 휴진 이후 정부의 현 의료사태와 교육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보겠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필수의료를 뺀 모든 외래 진료 및 비응급 수술과 시술을 기한을 정하지 않고 휴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주요 대학병원 중 무기한 휴진을 결의한 것은 서울대에 이어 연세의대가 두번째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7일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등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휴진에 동참하는 의대들도 응급실, 응급 및 중환 수술, 중환자실 진료 및 입원환자 진료는 휴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할 전망이다.

'동참은 기본' 의대 교수 단체…환자들 "휴진 이후 진료 힘들 것"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의협의 집단 휴진에 동참하기로 한 의대 교수단체들도 세부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정기총회를 열고 집단 휴진과 관련한 세부 일정을 논의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18일 집단 휴진에 참여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라며 "대학마다 상황이 달라서 얼마나 참여할지, 휴진 기간은 어떻게 할지를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앞서 지난 7일 "의협과 행동을 같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의비 소속인 서울대와 연세대가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만큼 향후 이같은 결정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이날 오후 의협은 의학회, 전의교협, 전의비와 연석회의를 열고 집단 휴진 동력을 키우는 모양새다. 의협 관계자는 "집단 휴진과 관련해 세부 일정 및 규모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의료계 집단 행동이 그 폭과 깊이를 차츰 더해 나가면서 횐자들의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기존에 예약된 환자들의 경우 아직 취소된 사례는 없지만 새로 진료를 예약한 환자들은 취소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면서 "18일 집단 휴진 이후에는 더 많은 환자들이 예약을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증환자들은 대학병원이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동네 의원인 1차 병원마저 이에 가세할까 걱정이다.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 회장은 "교수들의 진료지연, 예약취소, 수술취소로도 모자라 동네 병원들까지 문을 닫겠다고 한다"며 "1, 2차 병원에서 필수치료를 받을 수도 없게 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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