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단독으로 강행하자 국민의힘은 민생 현안을 챙기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가동해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여야 모두 물러섬 없이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반으로 쪼개진 국회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며 '입법 독주'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6월 임시회 회기 내로 채상병 특검법과 더불어 방송3법·전세사기특별법 등을 서둘러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독단적인 국회 운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이날 열린 상임위에 불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상임위는 원초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기에 불참한다"며 사실상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이날 자체 특위를 본격 가동해 정부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는 등 '일 하는 정당' 이미지 쌓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시급한 사안의 경우 정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국회 입법 공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이날 오전엔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와 재난안전특별위원회, 노동특별위원회, 교육개혁특별위원회 등 당 차원의 특위 첫 회의를 열고 정부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재정세재개편특위에는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등 기재부 실무진이 참석해 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 등 여당 의원들과 함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회의를 통해 중산층 부담을 덜 종부세 개편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재산세에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일부는 지방의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쉽사리 없앨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견이 모아지면 원내지도부와 상의해서 당 이름으로 법안을 내거나 정부안이 왔을 때 수정 작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회의를 통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한도 상향 등을 골자로 한 패키지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회의를 마친 후 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과 소속 위원인 박대출 의원은 국회 의안과에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들 법안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서명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ISA 납입한도 상향 및 배당·이자소득 비과세 한도 상향 등이 핵심이고,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신축 소형주택 매입시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하는 내용이다.
또 재난안전특위는 이날 북한 오물풍선 피해 지원과 여름철 재난 대응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오전 전북 부안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한 것을 두고도 소방청으로부터 긴급 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날 재난안전특위에선 국민의힘이 지난 5일 당론으로 제출한 북한 오물풍선 도발 피해 보상을 위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언급과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나아가 이 자리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도읍 특위 위원은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해 북한에 단호하게 경고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필요도 있다. 이는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가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교육개혁특위도 당정간담회를 열고 학교 교육활동 보호 강화, 유보통합 계획, 늘봄학교 운영, 지역 주도 교육 추진 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이러한 특위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매일 열기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정부를 불러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날 의총에서도 기획재정부 차관이 경제 동향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한 바 있다. 13일엔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보고가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