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자들이 오는 17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에게 휴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면 휴진을 즉각 철회하라"며 "의료계 총파업 비인도적 결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의사이면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고 책임자"라며 "그런데도 어처구니없는 집단 휴진을 강행하려 한다"고 짚었다.
이어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중증 환자를 맡고 있는 대형병원 교수들도 휴진을 선언할 분위기가 감지돼 우려가 크다"며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의 오는 18일 전면 휴진과 맞물려 중증질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장 치료가 시급한 중증질환자들은 의료계 파업에 더욱 우려가 크다고 호소했다.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 회장은 "우리 희귀 중증질환자들은 이미 의학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아 시한부로 사는 인생"이라며 "사는 그날까지 고통스럽게 살아가나, 의학 치료로 편안하게 살다 죽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질병으로 인해 희귀중증질환자들은 치료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가정 경제가 파산해 가족이 해체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의 처지"라며 "그래도 죽지 못해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대형병원뿐 아니라 개원의까지 집단 휴진을 한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 회장은 "이 사태가 진정돼도 이 (의료공백) 120일의 여파로 많은 중증환자가 악화해 떠나게 될 것을 알고 있다"며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지만 그 결과가 교수들의 전면휴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의 진료지연, 예약취소, 수술취소로도 모자라서 동네 병원들까지 문을 닫겠다고 한다"며 "1, 2차 병원에서 필수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중증질환자들은 지금까지 예약된 치료에는 차질이 없었지만, 새로 예약하려는 환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주 회장은 "기존에 예약된 환자들은 아직 취소된 적은 없다"며 "다만 새로 예약한 환자들은 취소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18일 전면 휴진 이후에는 많은 환자들이 예약 취소를 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의료계에 전면 휴진, 총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정부, 환자단체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전공의 사직과 관련된 논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사직 전공의들에게는 의료 현장으로 즉각 복귀해달라고 했다.
정부와 정치권에는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환자 안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의대 증원으로 필수, 공공, 지역의사제를 추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