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에서 12일 오전 규모 4.8 지진이 발생하자 진동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가 약 30분 만에 전국에서 200건 가까이 접수됐다. 규모 2.0 이하의 여진도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8시 26분 49초쯤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앙은 북위 37.70도, 동경 126.72도로 지진 발생 깊이는 8km다. 규모 2.0 이하의 여진은 오전 9시 50분 기준 11건 발생했다.
이번 지진과 관련해 오전 9시까지 전국에서 198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이어졌다. 전북 전역을 넘어서 전남, 경남, 경북, 광주, 대전, 세종, 인천, 충남, 충북 등에서도 흔들림을 느낀 것으로 기상청은 파악했다. 경찰에도 진동을 느꼈다는 등의 신고가 88건 접수됐다.
전북 부안에 거주한다는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이 콰쾅하고 부들부들 떨려서 가스 폭발이라도 난줄 알았다"며 "진동을 느끼는 중에 재난문자 알림이 와서 지진인 것을 알아챘다"고 전했다. A씨는 "세상이 흔들리는 줄 알았다"고 했다
군산 일대에서 아침 자전거 라이딩 후 서울로 상경 중이던 B씨는 "자전거를 싣고 서울로 상경 중이었는데 군산대학교 인근 도로가 꿀렁대길래 급하게 멈췄다"고 말했다.
충남에서는 '가구나 전등 등의 흔들림을 느꼈다'는 내용의 신고와 문의로 36건이 들어왔고, 대전과 세종에서도 각각 20건과 9건이 접수됐다.
경북에서도 오전 9시 기준 5건의 지진 유감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구미 2건, 칠곡 1건, 김천 1건, 안동 1건이다.
부산에서는 2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진동을 느꼈다"는 수준으로,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북은 최대 계기진도가 5로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창문 등이 깨지는 정도'의 흔들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남의 경우 계기진도가 4(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그릇과 창문이 흔들리는 정도), 경남·경북·광주·대전·세종·인천·충남·충북은 3(실내, 건물 위층의 사람이 현저히 느끼고 정차한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이었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또 기상청의 지진 계기관측이 시작된 이후 역대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규모 16위(남한 15위)에 해당한다. 전북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해 대응에 나섰다.
이번 지진이 국내 원전에 미친 영향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진앙지와 42km 가량 떨어져 있는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을 비롯한 전국 모든 원전이 지진으로 인한 영향 없이 모두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한빛원전에서는 지진 계측 값이 최대 0.018g(한빛3발전소)로 계측됐지만 이는 원전 설계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원전은 원전 바로 밑에서 규모 6.0이나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도록 0.2~0.3g의 설계 기준을 반영해 건설됐다.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부안 지진과 관련해 "국가기반시설 등에 대해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등 제반 조치를 취하라"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행정안전부에 전체 상황 관리와 점검·대비를 당부하는 등 관계 부처와 지자체에 긴밀한 대응을 긴급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