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된 한동훈 출마…국민의힘, '부대표제' 포기하나

'한동훈 견제' 비판에 기존 체제 유지로 가닥
용산 원하는 '한동훈 견제' 가능할까…한계 명확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황진환 기자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 중인 국민의힘이 지도체제 논의 끝에 현재의 논의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내 호응보다는 오히려 계파 간 유불리를 두고 논란만 가중되자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셈이다.

8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시간도 촉박하고 당내 반응이 좋지않아 단일 지도체제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차기 전당대회 논의는 '민심 반영 비율'이라 불리는 이른바 '룰 개정'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에 따르면, 전당대회 '룰 개정'은 당심 대 민심의 비율을 8대 2냐, 7대 3이냐로 좁혀진 상황이다. 여상규 특위 위원장은 "굉장히 팽팽한데 양쪽 다 근거가 있고 일리가 있다는 얘기들이 있다"며 "최종 8대 2로 갈지 7대 3으로 갈지 결론은 아직 못 냈다"고 밝혔다.

민심 반영 비율이 어떻든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기만 한다면 당대표가 유력할 것라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총선 참패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인 탓에 당원들이 '비윤'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을 대통령보다 더 지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는 기존 룰인 '당심 100%'로 전당대회를 치르더라도 한 전 위원장의 당선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아직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만큼, 한 전 위원장의 존재는 용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당대표 1인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기존의 단일지도체제에서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로 선출돼 정부와 각을 세우게 되면, 이를 견제할 마땅한 방안조차 없게 된다.

일각에선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택할 경우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친윤 인사들로 나머지 최고위원들을 채워 견제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이던 시절 당시 친윤 최고위원들이 한꺼번에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해 당을 '비상 상황'으로 만들어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시킨 바 있다.

다만 그 직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한  친윤 인사들 대부분이 저조한 지지율로 '컷오프'(경선 배제) 됐다는 점은 이 같은 전략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당내 기류가 당시와 유사하게 흐를 경우 자칫 한 전 위원장과 러닝메이트격으로 함께 뛰는 비윤계 인사들만 최고위에 진출시키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단지도체제 또한 용산의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집단지도체제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의 구분 없이 하나의 선거만을 치러 1위에게 대표최고위원을, 2위부터 5위에게 최고위원을 맡기는 방식이다. 이번 전대의 경우 유력 대권 주자들이 도전할 요인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인지도를 바탕으로 이들 대부분이 지도부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서로 견제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지만, 한 전 위원장 뿐만 아니라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 인사들이 대거 지도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용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韓 견제 방안 떠오른 '절충형'…밀어붙였지만

이런 맥락으로 인해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할 방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이 둘을 섞은 '절충형'이다. 황 비대위원장이 처음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은 절충형은, 현행 단일지도체제와 과거에 했던 집단지도체제를 결합 방식이다. 전대를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 2가지 방식으로 치른다는 점은 단일지도체제와 같지만, 당대표 선거에서 1위를 한 후보만 당대표 되고, 나머지 후보들은 아무런 당직을 얻지 못하는 단일지도체제와 달리, 절충형에서는 당대표 선거에서 2위를 한 후보가 '수석최고위원'이 돼 당대표의 궐위시 대표직을 물려받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경선제도 아래 한 전 위원장이 전대에 출마할 경우 '친윤 vs 비윤'으로 구도가 짜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지율은 낮더라도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은 데다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권 등 핵심 당원들을 달랠 수 있는 카드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양 진영 간 결집으로 경선 구도가 짜여지면 '비윤'에서는 대표주자인 한 전 위원장이 대표직을 가져가고, 결집한 친윤 진영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 나머지 수석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기존 '단일지도체제'로 가닥이 잡힌 만큼, 흥행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중 전당대회 룰 개정이 마무리되면 차기 당권 주자들의 출마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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