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기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늘면서 편의점이 금·가상화폐(코인) 등 이색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도시락 양을 키우고 1천원짜리 수입맥주를 선보이는 등 '가성비 좋은' 품목도 늘리면서 MZ세대(일반적으로 1981~2010년 출생자)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편의점 '금테크' 42%가 30대…코인도시락도 조기완판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이달부터 다양한 중량과 형태의 금 상품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1g에 16만9천원인 '도깨비 카드형 골드'부터 37.5g에 499만원인 '용의 해 카드형 골드'까지 모두 11종을 새롭게 선보였다.CU는 지난 4월에도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한 카드형 골드를 3개 중량(0.5g, 1g, 1.87g)으로 판매해 1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1g 골드 상품은 판매 시작 이틀 만에, 1.87g 상품은 보름 만에 완판됐다.
CU에서 금을 가장 많이 구매한 연령층은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30대로 전체에서 41.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40대 36.5%, 50대 15.3%, 20대 6.6%으로 매출 비중이 높았다. CU 관계자는 "금테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자 편의점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눈에 뜨게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소액 투자가 가능한 다양한 금 상품들을 선보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편의점의 기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는 나아가 편의점 도시락에 비트코인을 담아 MZ세대의 이목을 끌었다. 이마트24가 지난달 선보인 '비트코인 도시락'은 준비했던 3만개 물량이 12일 만에 조기 완판 됐다. 5500원에 출시한 비트코인 도시락에는 최대 3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이 들어있다. 실제 비트코인을 수령한 고객은 1만명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고물가 속에 가성비 좋은 편의점 도시락을 선호하고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의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량 키운 '혜자·점보' 도시락에 천원 맥주까지
편의점업계는 재테크 이색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동시에, 가성비 제품을 강조하며 마찬가지로 주머니가 가벼운 MZ세대를 집중공략하고 있다.GS25는 지난달 지름 20cm가 넘는 '혜자로운집밥 왕돈까스'를 선보였다. 양도 양이지만 가격이 저렴해 젊은 MZ세대의 선택을 받았다. 가격은 4500원이지만 통신사나 GS25 구독 서비스 '우리동네GS클럽 한끼' 할인 등의 혜택을 받으면 최저 32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팔도도시락을 8.5배 키운 '점보도시락(8500원)'과 넷플릭스와 협업해 선보인 일반 팝콘의 5~6배 크기의 '넷플릭스점보팝콘(6900원)'도 편의점의 가성비 열풍을 더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고물가 속 가성비 높은 편의점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계속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끼혁명'이란 프로젝트로 재료, 메뉴, 패키지 등을 새롭게 적용한 맛있는 간편식을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덴마크 맥주 '프라가 프레시(PRAGA FRESH·500ml)'를 이달 4캔 구매 시 4천원의 가격에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 스페인 'Dam(담)'그룹에서 생산하는 필스너 맥주 계열의 '버지미스터(500ml)' 역시 단돈 천원에 선보여 판매 시작 5일 만에 20만 캔을 모두 팔아치웠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들어서면서 와인, 위스키와는 달리 매일 일상에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와 같은 저렴한 제품을 찾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가성비 있는 맥주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맥주를 계속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의 신뢰성·접근성 주효…"일본도 계속 성장"
재테크 상품과 가성비로 무장한 덕분에 편의점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8% 상승했다. 온라인에서 22.2% 증가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0.2% 감소한 결과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편의점 매출만큼은 5.9% 상승했다. 대형마트(-6.7%)와 백화점(-2.0%)이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과 대비됐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의 신뢰성과 접근성이 호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단국대 경영학과 정연승 교수는 "접근성, 상품 회전율 등 덕분에 지금 업계 환경이 좋다 보니 편의점이 판매 품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편의점에서 금융(코인)과 금까지 판매한다는 것은 결국 편의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증가했다는 의미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도 편의점의 재테크 열풍과 관련해 "MZ세대를 타깃으로 해서 편의점의 유용성을 확장하는 전략"이라면서 "쿠팡이나 B마트(배달의민족의 마트 배송)에서 팔지 않는 품목들 중 MZ의 수요가 높은 항목으로 유용성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에 대한 MZ세대의 높은 충성도 덕분에 편의점업계의 호실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망도 나온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우리보다 인구절벽·고령화 시대에 먼저 접어든 일본도 편의점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고, 이제 고령층까지도 편의점에서 흡수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의 고령층 역시 향후 편의점의 잠재적인 주요 고객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현상이 편의점업계를 많이 성장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