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혐의' 적시했던 중간보고…軍법무·검찰 '반대' 뒤집혀

해병대 수사 결과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
8월 14일 중간보고에 '사단장 포함 6명 혐의'
하루 만에 軍 법무-검찰 라인 '반대 의견'
20일 최종 보고에 "대대장 2명만 혐의 이첩"
공수처, 중간 과정서 외압 정황 포착해 수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 결과를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중간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군 법무·검찰 라인의 반대 의견 직후 이를 뒤집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가 정반대로 바뀌는 과정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압력을 가한 정황을 잡고 복수의 관련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검찰단은 지난해 8월 15일 각각 조사본부로 '변사사건 관련 의견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을 보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이는 조사본부가 하루 전(8월 14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제출한 재검토 과정 중간 보고서를 법무관리관실과 검찰단에서 다시 검토한 내용이다.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 관계자별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의 단서가 되는 정황 판단'이라는 제목의 조사본부 중간 보고서에는 해병대 수사단이 특정한 총 8명의 혐의에 대한 조사본부 판단이 담겨 있다. 조사본부는 해병대 1사단장 등 6명에 대해서는 구체적 혐의 내용을 적시했고, 나머지 2명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달았다.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확인한 국방부 법무관리실과 검찰단이 곧바로 조사본부의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검토의견을 낸 것이다. 법무관리관실은 "구체 혐의가 인정되는 대대장 2명은 특정해 경찰에 이첩하고 사단장·여단장 등 4명은 과실에 대한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송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서에 적었고 검찰단 역시 사실상 일치하는 의견을 냈다.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검토한 것은 지난해 8월 9일부터 같은 달 18일까지다. 최종 검토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이틀 뒤 20일이다. 정리하면 임성근 당시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내용을 적시한 중간 보고서를 제출(14일)했던 조사본부가 법무·검찰라인 반대 의견 제시(15일) 후 단 엿새 만에 대대장 2명만 피혐의자로 판단한 최종 재검토 보고서를 낸 것이다.


그 사이 17일에는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조사본부 회의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장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군 검찰단장, 박경훈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조사본부 김모 수사단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유 관리관 등은 "2명만 혐의자로 특정해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취지로 재차 조사본부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최근 여러 조사본부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면서 당시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가 정반대로 뒤집힌 전후 사정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박 전 직무대리와 김 수사단장을 소환해 조사했고 지난 3월에는 조사본부로 출장을 가서 여러 명을 면담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조사본부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가 바뀌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했는지 여부도 공수처 수사 포인트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유 관리관이 8월 7일부터 21일까지 조사본부의 재검토가 이뤄진 기간에 10여차례 통화했다며 대통령실 관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