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안 부결, 민주당 설득 작전은 "판 깰 때나 하는 것"
▶윤지나> 채상병 특검 부결 예상은 했는데 무기명이다보니 표 결과보고 말들이 많아요.
▶이정주> 179표 찬성해야 가결인데, 180표만 돼도 1표는 넘어왔냐 안 넘어왔냐의 가정이 나오는데 지금 찬성표 179표가 딱 떨어졌어요.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 수예요. 이 상태에서는 어떤 가정을 하더라도 표 단속이 됐다는 경우의 수가 하나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용산 입장에서는 방어전에 성공한 거죠
▶윤지나> 심지어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나왔을 가능성까지 경우의 수로 나왔잖아요.
▶이정주> 민주당에서 7표까지 넘어왔다는 설까지 가능하니까요.
▶윤지나> 박주민 의원이 여당 의원들을 1 대 1로 만나고 설득하고 편지도 쓰고 그랬다는데, 야당의 여당 포섭 작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건가요.
▶이정주> 박주민 의원은 21대 원내수석이잖아요. 원내대표는 원내 의원들이 뽑은 수장이고 실제로 상대 당을 만나서 협의하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실무협상단이 원내수석부대표예요.실명을 까겠습니다. 박주민 의원이랑 같이 원내수석을 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한테 제가 들었어요.
▶윤지나> 설득을 너무 못하더라?
▶이정주> 박 의원은 수석 하면 안 돼, 이래요. 정치는 협상이란 말이에요. 내가 오렌지 먹으려면 상대에게 사과든 뭐든 줘야죠. 박주민 의원이 올 때마다 얘기를 했대요. 뭐 갖고 왔니? 그래 채상병 우리가 통과시키면 뭐 줄 건데. 김정숙 여사 특검 줄 거야? 아니면 법사위원장 우리한테 줄래? 라고 물어보면 아무 말도 안 하고 원론적 얘기, 특검 얘기만 계속하는 거예요. 원내 수석은 그런 자리가 아니라는 거죠. 협상을 하고 당에 가서 왜 그걸 내줬냐, 각자 욕을 먹는 자리예요. 갖고 싶은 걸 다 같는 완벽한 협상안은 없으니까요. 오죽하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판 깰 때나 하는 거라고도 해요.
김치찌개 만찬서 왜 질문을 못하냐는 지탄에 변명을 드리자면
▶이정주>기레기들아, 도대체 뭐 하냐 질문도 제대로 안 하고, 채상병도 물어보고 김건희 여사 디올백도 물어봐야지, 뭐 하냐 하시는데. 이게 정말 딜레마입니다. 우리가 뭐 소시오패스는 아니잖아요. 잔칫집 가서 국수를 내주는데 엎기가. 그게 톤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오늘 보고 안 볼 사람이면 그렇게 하겠는데 오늘 질문하고 은퇴하는 게 이득일지, 아니면 잔잔하게라도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음 기회를 노릴지 기자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져요. 전쟁 오늘 하고 죽을 거 아니잖아요.
결과적으로 잘 기획된 쇼였다고 용산 내부에서는 자평을 하는데 약간 이런 거죠. 부장님하고 회식하는데 부장님이 난 짜장면, 이랬는데 처음부터 탕수육을 못 시키게 만들어 놨어. 한번 시켜볼 테면 시켜봐, 난 짜장이니까. 옆에서 난 미친 척 나 내일 회사 안 나와, 전 탕수육이요, 이렇게 하지 않는 이상 분위기가 잡히잖아요. 김치찌개 굳이 만들어주고 그런 식의 자리를 만들었어요.
▶박지환> 시점도 안 좋았잖아요.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며칠 앞두고 이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당장 다음 주에 인사 하는데 회식 가자 이런 거 같아요.
▶윤지나> 자리 만들기 전에 저출생 시대에 출산한 기자, 출산을 앞둔 기자, 이런 만찬자리를 제안한 기자 이런 식으로 미리 접촉을 하고 발언도 시키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저출생이나 연금 등 특정 메시지를 잘 뽑아내기 위해서 나름 계획도 한 거죠. 기자들 입장에선 당연히 질문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런데 자리가 이런 식으로 세팅이 되면, 앞에서 웃는 얼굴로 계란 말아주고 있는데, 김건희 특검법 어떻게 할 거야,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쉽지가 않다는 거예요. 계속적인 취재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박지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게 맞죠. 어떤 정부나 기자들과의 자리는 불편하고 싫을 거예요. 제가 2019년 문재인 청와대에 출입하던 시절에도 비슷하게 대통령과의 호프데이라는 게 있었어요. 대통령 워딩을 제대로 질의응답 받자 해서 테이블에 노트북을 아예 갖다 놓고 기자 한명이 그걸 다 받아쳤어요. 그 시점도 문 대통령에게 안 좋았죠.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하고 난리나서 그 때도 개각 언제 할 거냐는 질문이 나왔어요. 이 때는 또 남북 관계가 2018년 정말 좋다가 2019 2월 하노이 노딜 된 이후예요. 이거 어떻게 수습할 거야, 남북이 생각하는 비핵화와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같은 개념이야? 이런 질문이 마구 나왔어요. 일본이 또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보복한답시고 수출 제한하고 그런 굉장히 민감한 시점이라 저희는 질문을 했고 답변은 기자들이 다 공유를 해서 기사를 썼어요. 당시 출입 기자들이 지금과 달리 잘해서 그런 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리가 어떻게 세팅되느냐, 저 자리를 세팅하는 참모들의 언론관이 어떤 건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윤지나> 이른바 소통의 자리가 어떻게 세팅이 어떻게 되냐, 그리고 평소에 이렇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자주 있냐에 따라 기자들의 질문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거네요.
▶박지환> 기자들은 어딜 가서도 환대 받지는 않잖아요. 김치찌개 만찬은 보여주기식 쇼통이었다면 성공했다고 봐요. 기자들이 접시 들고 서 있는 걸 보면서 국민들이 저게 기자야 막 그러잖아요. 기자들과 국민들을 갈라치기 하려는 엄밀한 계획이 있었다면 그건 확실히 성공한 것 같아요.
▶이정주> 윤 대통령이 돌아다니면서 테이블마다 사진을 찍었대요.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기자가 제 백도 디올인데요. 이거 가격이 올랐어요! 뭐 이렇게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어려운 일이죠.
▶윤지나> 에둘러 기자가 직접 얘기했어요. 웃고 있지만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겠죠. 소통을 하는 건 좋은데, 이런 자리가 아니라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