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색채학과 빛의 이론을 기반으로 작품 세계를 펼쳐낸다. 베네수엘라 카르카스에서 태어난 작가는 고향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경제적인 독립을 이뤘지만 미술사를 공부하며 '왜 모두 똑 같은 방식으로 그림을 그릴까' 고민을 품었다.
그러던 차, 1955년 프랑스 파리에서 키네틱 아트(작품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포함하는 예술 장르) 중심의 '움직임'이라는 전시를 관람한 후 색의 본질을 탐구하기로 결심했다.
급기야 1960년 가족과 함께 예술의 중심지 파리로 이주했다. 이곳에서 작가는 색채학부터 운동역학까지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쌓았고 자신만의 담론을 정립했다. 첫째, 색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과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 둘째, 색을 형태에서 해방시켜 순수하게 색을 감상하는 매커니즘에 집중하는 작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작가는 평생에 걸쳐 색채 유도, 색 간섭, 색 포화, 공간의 색 등 색에 대한 8가지 연구를 해왔고 이들 연구의 매커니즘을 보여주는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8가지 연구 중 빛의 3원색인 빨강(Red), 파랑(Blue), 초록(Green)에 관한 작품들을 모았다. 색채학의 원리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장윤진 예술의전당 큐레이터는 30일 프레스 투어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관람자가 경험하는 시간과 방향, 위치에 따라 색이 계속 변하고 움직이며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파란색, 검정색, 하얀색만 이용했지만 멀리서 보면 노란색 원통 형상이 보이는 '색 유도'시리즈, 색채 모듈 형상 패턴 안에 빛을 흡수하는 검정색 선을 넣어 무지갯빛 스펙트럼처럼 느끼게 하는 '공간의 색' 시리즈 역시 "색은 작품의 표면이 아닌 공간에 있다"는 작가의 지론과 맞닿아 있다.
장 큐레이터는 "직관적이라서 배경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색에 대한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하고 작품 세계를 펼친 작가처럼 관객이 일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