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초동 수사 결과를 경찰로 이첩한 직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김용현 경호처장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처장은 합동참모분부 작전본부장(중장)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하지만 공식적인 안보라인 관계자로 보기는 어렵다.
29일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항명 혐의 군사법원 재판에서 확보한 통신 기록에 따르면, 이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부터 8월 8일까지 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 김용현 경호처장 등과 통화했다.
이 장관이 이 중에서 가장 많이 통화를 나눈 사람은 김 처장이다. 국방부 장관이 안보라인의 핵심 관계자인 김 차장과 임 비서관보다 김 처장과 더 많이 접촉한 것이다. 김 처장은 8월 4일 오전 10시 20분과 10시 22분 두 차례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각각 통화는 1분 안팎으로 이뤄졌다. 이때는 박 대령이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자료를 경찰로 이첩했다가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된 지 하루가 지난 시점이다.
다음 날인 8월 5일은 이 장관이 김 처장에게 오전 10시 16분, 오전 10시 34분, 오전 10시 56분 총 세 번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10초, 두 번째 20초 통화가 이뤄졌고 세 번째 통화는 4분 가까이 이어졌다. CBS노컷뉴스는 김 처장에게 이 장관과의 연락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접촉했지만, 닿지 않았다.
8월 7일 오후 7시 26분 다시 이 장관의 휴대전화에 김 처장 전화번호가 표시됐다. 두 사람은 20여초간 통화했다. 1시간쯤 뒤 오후 8시23분 이 장관이 김 처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문화방송(MBC)에서 채 상병 사망 관련 수사와 사건 이첩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 의혹을 보도한 직후 두 차례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임 비서관은 지난해 7월 31일 오후 2시56분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10여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7월 31일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 일정이 예정됐다 취소된 날이다. 8월 4일에도 오전 9시 35분과 오전 9시 42분 두 번 전화가 연결됐다.
김 차장은 8월 8일 오후 9시 42분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약 30초간 통화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55분 이 장관에게 전화했었다. 다음날인 8월 9일 국방부는 이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