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이 정체기에 빠진 모양새지만 고객을 빼앗기 위한 배달업계의 '출혈 경쟁'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2등 주자가 없고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이 변한 만큼, 업계가 여전히 해볼 만한 시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첫 감소다. 배달 음식 거래액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17조3천억원, 2021년 26조1천억원, 2022년 26조6천억원 등 꾸준히 늘었다. 그러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해제된 이후 고물가·고금리 여파가 이어지면서 26조원대에서 3년째 정체 중이다.
그러나 배달업계의 경쟁은 오히려 격화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쿠팡 와우 회원에 한해 무료 배달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수도권과 6대 광역시를 넘어 강릉·속초·여수 등 지방 중소도시까지 서비스 지역에 포함된다. 여기에 hy(옛 한국야쿠르트)도 다음달 중 배달앱 '노크(Knowk)'를 출시할 계획이다. hy는 지난해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5.8%라는 업계 최저 '건당 중개수수료'를 내걸었다. 우선 서울 강서구에서 시범운영한 뒤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배달업계가 이처럼 출혈 경쟁을 불사하는 건 일단 업계 1등 배달의민족(배민)에 맞설 뚜렷한 대항마가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시장에는 다 비슷한 수준의 1등과 2등이 있기 마련인데 배달업계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조사에 따르면, 시장 1위인 배민 앱의 4월 사용자 수는 2109만명으로 집계됐다. 그 다음으로 쿠팡이츠 앱 697만명, 요기요 앱 576만명 순이었다. 업계 1등과 2등의 격차가 2배 이상 났다.
멤버십 회원 혜택을 강화하기 위한 출혈 경쟁이라는 분석도 있다. 쿠팡은 지난달 13일 구독료를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올렸다. 대신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전국 무료 배달'도 그 일환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쩐의 논리'로 봤을 때 쿠팡은 '월 구독료'라고 해서 돈 나올 때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쿠팡이츠라는 배달사업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본업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이 격화하자 결국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최근 구독제 멤버십 '배민클럽' 도입을 예고했다.
사업 전환이 용이했던 점이 배달업계 경쟁을 가속화한 측면도 있다. 쿠팡은 신선식품을 다음날 바로 보내는 '새벽배송'으로 이커머스 국내 점유율 1위 기업이 됐다. 지난 10년간 전국으로 배송망을 넓히면서 쌓은 노하우가 음식 배달업 진출에도 도움이 됐을 거란 분석이다. 후발주자 hy도 마찬가지다.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쌓은 지역 네트워크를 배달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각오다. hy는 제품을 전달·판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체유통조직 '프레시 매니저'를 매년 채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도 '배달' 맞춤형으로 변하고 있는 점도 업계를 자극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음식 업계가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요즘 세대는 식사만 시켜 먹는 것이 아니라 탕후루와 커피도 시켜 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몇 년 동안 차분하게 성장했을 배달업계 시장이 코로나라는 특이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급성장한 부분들이 있다"며 향후 성장이 점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명예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돈이 없어도 편리한 배달에 많이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시장이 더 커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 수준으로 계속 갈 것 같다"며 "향후에는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진 분들에게도 앱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서 또 수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배민이 유일하게 흑자를 많이 보고 있는 시장에 쿠팡이츠가 후발주자로 따라붙고 있는 격"이라면서 현재 배달업계의 출혈 경쟁을 "쿠팡이라고 하는 '슈퍼앱'을 키우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