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차량을 타고 골프연습장을 방문하고 차량운행 일지에는 이 같은 사적 이용 내역을 적지 않은 서울 지역 소방서장 등이 감사에 적발됐다.
26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감사위는 '소방재난본부 기관운영 종합감사'를 실시한 후 위반 사례를 적발하고 주의와 개선을 촉구했다.
소방재난본부와 25개 소방서는 기관장이 재난 현장 지휘에 활용하기 위한 승용차 또는 승합차를 보유하고 있다. '1호차'라고도 불리는 이 차량은 서울특별시 공용차량 관리규칙에 따라 특수차량으로 분류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감사 결과 A소방서장은 1호차를 타고 골프연습장에 방문했는데, 차량운행 일지엔 이 같은 내용이 없었다.
A소방서 차량운행 일지에는 서장이 추석 연휴 특별경계근무 기간인 지난해 9월 28~29일과 10월 1일~3일까지 5일 간 매일 오전 2시간씩 화재 취약 지역을 방문하는 데 차량을 썼다고 기재됐다.
그러나 블랙박스 확인 결과, A서장은 그해 10월 2일 오후 2시 58분쯤 1호차를 타고 경기도에 있는 골프연습장 주차장을 이용한 것이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서장은 "퇴근하는 길에 지인에게 받을 물건이 있어 무료 주차가 가능한 골프연습장에 10분간 경유했을 뿐, 골프연습장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소명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감사위는 퇴근 후 공용차량을 개인용무에 쓰는 것은 공영차량 관리규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골프연습장은 A서장의 퇴근 경로에 있지 않다는 점 역시 문제가 됐다.
관용차 사적 활용 행태가 드러난 건 A서장 뿐만이 아니다. B소방서장은 지난해 3월 11일 1호차를 이용해 왕복 7시간이 넘게 걸리는 다른 지역을 다녀온 사실이 하이패스 이용 내역을 통해 확인됐다. 차량운행 일지에는 같은 날 오전 10시~12시까지 산불 예방 활동을 한 것으로 기재한 상태였다.
B서장은 타 기관 관계자의 모친상에 참석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다녀왔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감사위는 주말에 긴급재난용 차량을 이용해 원거리에 있는 장례식장에 참석한 것은 정당한 공무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감사위는 B서장이 부재상황에 대해 알리지 않고 장시간 관할 지역을 벗어난 것도 지적했다.
감사위는 "B서장은 7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왕복하면서 상급기관인 소방재난본부장에게 관외 출타 신고를 하거나 관내 소방서장 부재 시 출동 의무가 있는 지원소방서장에게 부재 상황을 알리리 않았다"며 "서장 부재 시 직무대리자인 과장에게 본인의 부재 상황을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번 감사에선 소방관들이 서장의 운전기사 역할을 해온 관행도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소방서별로 서장이 10회 이상 1호차를 이용해 출퇴근한 내역과 운전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소방공무원이 운전한 경우가 76%에 달했다.
30명의 소방서장이 1호차로 출퇴근한 사례는 총 1만 5657회였는데 이 중 24%에 해당하는 3700여 건만이 서장이 직접 운전한 경우였다.
서장 출퇴근 때 1호차를 운전한 소방공무원의 90%는 내근직이었고, 나머지 10%는 재난 발생 시 현장에 출동해야 할 외근직이었다.
감사위는 소방서장이 퇴근 후나 주말, 휴가 기간에 공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과 업무처리를 철저히 할 것을 촉구했다. 또 차량운행 일지를 허위 작성하는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직원교육과 업무처리에 주의를 촉구했다.
또한 소방서장이 출퇴근할 때 현장 출동 인력이 1호차 운전을 하지 않도록 하고, 내근직 소방공무원에게 1호차 운전 업무가 부여돼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개선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