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이 사건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및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미흡할 경우 특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에도 '원칙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대여 투쟁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며 예고하고 있다.
여권 등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가 회의를 거쳐 이를 건의하면,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검토 후 재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윤 대통령의 '특검 수용 불가' 입장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용 불가의 주된 논리는 △채상병 사건에 대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현재 진행 중이란 점 △여야 합의 없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라는 점 △여야 합의 없이 특검 법안이 통과되고 수용된 사례가 없다는 점 등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열심히 진상 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수사 당국에서 상세하게 수사 결과를 설명할 것이다. 그것을 보고 국민이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경찰과 공수처가 사건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은 이러한 기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검법의 일부 조항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도 강경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추천받은 4명 중 2명을 특검 후보로 정하면 대통령이 그중에서 선택해 임명해야 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 후보 추천권을 부여했기에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검에 대한 대통령 고유의 임명권을 형해화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野 "특검 수용" 촉구, 규탄 대회 예고…대통령실 '원칙론' 유지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해 지난 7일 정부로 이송된 해당 특검법 거부권 시한은 22일까지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특검법은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재의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21대 국회에서 야권 표를 다 모아도 국민의힘에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요건이 충족된다. 현실적으론 가결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은 21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더라도 22대에서 바로 추진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7개 야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거부권이 행사되면 이날부터 곧장 규탄 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국은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이번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재의요구가 이뤄진 10번째 법안이 된다. 앞서 거부권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방송 3법',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9개 법안에 대해 5차례 행사됐다. 정치적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원칙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아닌 건 아닌 것"이라며 "앞서 대통령실에서 재의를 요구했던 양곡관리법이나 노란봉투법 같은 법안들은 문재인 정권에서조차 반대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