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검찰 지휘부 金여사 '원칙 처리' 강조 속 미묘한 시각차

법무 장관-중앙지검장 '원칙' 방침 강조
박성재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
이창수 "수사 지장 없도록 모든 조치"

박성재 법무부 장관·김건희 여사·이원석 검찰총장. 황진환·윤창원 기자

박성재(사법연수원 17기) 법무부 장관과 이창수(30기) 신임 중앙지검장이 김건희 여사 등 현안 사건에 대해 '원칙 처리' 방침을 강조했다. 최근 이뤄진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김 여사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선 긋기에 나선 셈이다. 이틀 전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는 이원석 검찰총장 발언과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사건 실체와 경중에 맞는 판단을 하겠다"는 이 지검장의 말이 미묘한 온도 차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여사 사안의 신속 처리를 강조했던 이 총장의 주문과 달리 사안의 경중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김 여사 수사를 고려한 인사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이번 인사로 그 수사가 끝났느냐.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 인사 논의 과정에서 이 총장을 배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다 협의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 시기를 언제 해달라고 해서 이를 다 받아들여야만 인사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박 장관은 인사 발표 이틀 전인 지난 11일 이 총장을 만나 인사안을 공유했고, 당시 이 총장은 인사 시기를 미뤄달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검찰 고위 인사는 이 총장이 전임 송경호 지검장에게 김 여사 사건의 엄정·신속 처리를 직접 주문한 지 열흘 만인 지난 13일 단행됐다. 때문에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검찰 인사 논의 과정에서 총장을 사실상 배제한 것 아니냐는 '총장 패싱설'과 사실상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을 교체해 사건 처리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다.

인사 발표 다음날 당사자인 이 총장은 "인사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김 여사 사건에 대해선 "어떤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다.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라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중앙지검에 처음 출근한 이 지검장도 김 여사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 사건 지휘라인 교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 취할 생각"이라고 했다. 자신을 '친윤'이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선 "정치권에서 쓰는 용어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런 법무·검찰 수장들의 공통된 발언은 김 여사 사건 처리를 두고 불거진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소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무를 빨리 파악해 수사에 필요한 충분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이 지검장은 "사건 실체와 경중에 맞는 올바른 판단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도 했다.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존에 이 총장이 주문했던 '신속·엄정 처리' 주문과는 한걸음 떨어진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경중을 따지겠다는 것은 김 여사에 대한 처벌 여론이나 정치권의 압박을 고려하지 않고 사안 자체만 따지겠다는 원칙론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권이나 세간의 구설과 별개로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받은 것이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법조계에선 적지 않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차·부장급 인사에 대해 "중앙지검 1·2·3·4차장이 동시에 비어있기 때문에 후속 인사는 최대한 빨리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후속 검찰 인사를 이르면 다음주 후반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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