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의 나이에 철학박사 학위를 따고 만학도 제자들을 가르치는 저자는 에세이 '엄마는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를 통해 우리가 먹고사느라 가장 초라하고 슬펐던 기억 한 켠에 한 밥상에서 숟가락을 들고 기대어 살아갔던 추억을 떠올리며 모녀의 일대기를 소설처럼 담아낸다.
저자의 어머니는 숱한 첩을 거느리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상처받다가 일찌감치 남편을 떠나보내고 억척스럽게 생계를 챙겨야 했다. 어머니와 남은 자식들은 가난과 멸시, 설움을 떠안고 살아야 했다.
그들 곁에 항상 한 밥상처럼 띵까 영감, 키다리 아저씨, 외할머니, 귀주 이모, 애자씨 등 기대어 살아낼 수 있었던 언덕들이 있었다.
어린시절 가난에 부대끼고 곡진했던 삶과 어머니의 옷깃을 더듬어가다가 다시 나의 삶과 처지와 마주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때론 드라마처럼, 작가의 성장 과정을 자전적 소설로 풀어냈던 박완서의 이야기처럼 진득하다.
저자는 "이 모든 난장과 인연 끝에 나는 비로소 엄마의 딸이 되었다"며 "엄마 딸답게 내 몫의 남은 삶도 끝까지 잘 살아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다시 '식구'로 만나자고 한다.
이순하 지음 | 이야기장수 | 264쪽
미국 유력매체 보스턴 글로브의 빌리 베이커 기자는 '중년 남성에게 닥친 우정의 위기'에 대한 기사를 써보라는 상사의 지시에 당황한다. 얼마 후 그는 그 '위기'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깨닫는다.
'마흔 살, 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는 집-회사-집-회사의 무한 루프를 돌며 쉼표를 잃고 자신도 모르게 무기력과 상실감에 빠진 중년 남성이 자신과 다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저자가 '우정 회복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자신이 외향적이라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이내 '우정에 굶주렸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지인들과 SNS 댓글 등을 주고받지만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그는 친구들과의 우정을 되찾기 위한 황당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고교 시절 일탈 행동이었던 '땡땡이 치기'. 저자는 SNS에 ''93년도 졸업반을 위한 땡땡이 날이 돌아온다! 데이지 필드. 5월 19일. 오전 10시'. 졸업반 동기들 중 절반이 게시물을 보았고,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를 누른 친구도 있었다. 디데이 아침 10시를 넘기자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20여 명의 책임감 있는 어른들'이 나타나고 모처럼 만난 친구들은 반갑게 인사한 뒤 맥주나 한두 병 마시며 객쩍은 '땡땡이 날'을 즐긴다.
작지만 분명한 성과에 저자는 대학 친구들과 오지에서 보물찾기, 대부분이 여성인 '뉴 키즈 온 더 블록' 팬클럽 회원 모임에 과감히 끼어들기, 나의 가깝고 먼 친구 150명 추려 보기, SNS에 '내 생일이야, 전화줘' 올려보기 등 유년과 대학시절 계획 없이 친구들과 어울렸던 '번개'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가며 우정 회복에 나선다.
저자는 자발적 고립의 위기에 빠진 어른들에게 사회적 유대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년 남성에게 닥친 우정 상실, 유대감 상실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더 위기라고 다그친다. 40대 반환점을 돈 어른들을 다시 그들만의 유쾌한 놀이터로 이끄는 저자 '빌리의 모험'을 소개한다.
빌리 베이커 지음 | 김목인 옮김 | 열린책들 | 2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