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에다가 원금상환까지 시작됐죠. 금리는 안떨어지죠. 요새 한 달에 300만원이 훨씬 넘게 빠져나가요. 저희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이 3000원이거든요. 정말 간신히 현상유지는 하고 있는데 장사가 조금이라도 안되면 마이너스에요. 카드대출 받고 또 이자 내고 악순환인거죠."
서울 구로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김한석(가명, 44)씨는 코로나 시기 받은 정책자금 대출의 원금상환이 시작되면서 매일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매달 갚아야 할 대출액은 세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인 서씨는 지난달엔 카드론으로 100만원을 빌려 구멍 난 카페 운영자금을 메꾸기도 했다. 금리가 14%가 넘었지만 1금융권에선 더 이상 대출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며 취약차주들이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3560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3690억원(37.4%) 증가한 수치다.
1년 사이 개인사업자의 대출 총액 규모가 2.4%(315조원→322조원) 증가하는 동안 연체는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 5대 은행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0.31%에서 올해 1분기 0.42%로 올랐다.
김씨의 사례처럼 코로나 시기 받은 대출의 만기가 점차 돌아오면서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쌓이는 상황이다. 통상 3군데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하위 30% 이내 저소득 상태이거나 저신용(7-10등급)인 경우 취약차주로 분류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자만 173만명 수준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의 50%를 넘어섰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과 대출 증가 억제를 위한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1금융권 대출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밀려난 대출 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향하면서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하는 카드론 대출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4821억원으로 2월(38조4744억원)보다 77억원 증가했고, 1년 전(36조8천억원)과 비교하면 2조원 넘게 늘었다.
특히 만기가 돌아온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빚을 내는 카드론 대환대출도 3월 말 기준 1조7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6200억원 증가했다. 수요가 커지는 만큼 금리도 높은 수준인데, 평균 카드론 금리는 14%를 훌쩍 넘고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경우 17~18%까지 올랐다.
카드론 대환대출을 하면 당장 돌아오는 빚은 막을 수 있지만, 금리는 더 오르고 신용등급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고금리 상황에서 계속되는 자금난이 저신용자, 취약차주를 더 고통 속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연간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신규 금액을 신용등급별로 분석한 결과 상위 50%까지는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대출 규모가 14.7%(69조원→79.2조원) 늘어난 반면, 하위 10%는 15조2457억에서 9조4096억원으로 38%나 줄었다.
제도권 금융의 끝단인 대부업 시장마저 지난해 신규대출 규모를 70% 이상 줄이면서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예견된 일이지만 자금경색이 일어나는 국면에서는 금융회사도 신용 중심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고 저신용자의 사정은 더 어려워진다"며 "금융공급의 차별성이 점섬 심화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말단이 경색되어가는 상황이라도 개선하려면 소액 단기 대출의 경우 탄력적인 금리를 적용하도록 하는 등 일단 자금이 융통은 되도록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