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원도심에 위치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이 유성 신도심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문제가 전·현직 대전시장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민선 4기 대전시장을 지낸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이전 추진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소진공이 만만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현직 이장우 대전시장은 "박성효 이사장은 사퇴해야된다"며 거친 발언으로 맞받아쳤다.
현직인 이장우 대전시장은 작심한 듯 소진공 이전과 관련해 박성효 이사장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시장은 7일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박성효 이사장은 자격이 없다.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시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진짜 형편없는 사람이다. 소진공 이사장 자격도 없다"며 "가장 현명한 답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이 즉시 사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게 중구 주민들이나 소상공인들에게 상처를 남기면서 도둑 이전하듯 할 일이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소진공 측이 지난 4·10 총선이 치러지는 기간에 조용하게 이전 추진을 해왔다는 것이다.
포문은 박성효 이사장이 열었다. 소진공 이전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달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박성효 이사장은 공단 이전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전 중구 소진공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 이사장은 "대전시청과 동구청, 시립연정국악원 등이 원도심을 떠나 이전할 때는 아무런 저항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독 소진공 이전에만 발목을 잡고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대전MBC 라디오 시대공감 인터뷰에 출연한 박 이사장은 이장우 대전시장을 저격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시장께서 동구청장 하실 때 동구청이 중앙시장에 있던 것을 가오동 신도심으로 옮겼다"라며 "(다른 기관이 떠나는 건) 아무도 얘기를 안 하다가 우리 기관이 만만한지 상징성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치게 예민하고, 급기야 비난에 이르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 국가 아니냐. 거주 이전의 자유도,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권리가 있지 않냐"라며 "원도심 활성화라는 미명 하에 이제 막을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원도심 활성화는 자치단체의 책임"이라며 선을 그었다.
소상공인 육성과 전통시장·상점가 지원 및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소진공은 지난 2014년 출범 시부터 대전 중구 대림빌딩 내 위치했다. 이곳에는 소진공 직원 420명이 근무하고 있다. 앞서 소진공 이전은 두 차례 무산됐으나, 소진공은 오는 6월까지 대전 유성구 지족동 KB국민은행 콜센터에 입주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